(토마토칼럼)재개발·재건축 이권에 흔들리는 조합장들

재개발 조합 '대여금'…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입력 : 2017-03-29 오전 6:00:00
좋은 물건을 보면 누구나 그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견물생심’. 물건을 보고 탐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인간의 본성으로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성으로 억누르고, 절제함으로써 화를 부르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주택 재개발 및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조합장들을 향한 검은 돈의 유혹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조합장은 정비업체와 시공사 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검은돈의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다. 청렴결백의 자세로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인 셈이다.
 
올초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지인 송파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에서 익재건축 조합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장 김모(57)씨는 징역 5년과 벌금 1억2000만원, 추징금 1억16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내년 3월 완공되는 송파헬리오시티는 9510가구, 3만여명이 거주할 수 있는 미니 신도시급 단지다. 잠실 제2롯데월드와 함께 송파지역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곳이었지만, 비리로 얼룩진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협력업체 선정을 대가로 총 1억2600억원을 받고, 이사업체, 정보통신, 소방관리 업체들에 경쟁사 정보를 제공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헬리오시티보다 먼저 재건축한 인근 잠실 주공단지 역시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서 뇌물혐의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또 지난해 5월 울산 최대 재개발지역 조합장이 특정업체가 선정되도록 입찰보증보험증권과 입찰 견적서 등을 위조해 2억86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재건축 사업은 이익이 보장되는 탓에 조합 결성부터 철거 시공까지 업체 선정 단계마다 이권을 대가로 유착고리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조합장은 행사 권한이 막강해 각종 이권에 노출되기 쉬운 자리다.
 
무엇보다 올해 정부가 택지지구 지정 및 조성에 소극적인데다,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되고,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주택공급 과잉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이 사업성 확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확대되고, 업체간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수도권 재건축 사업은 일반 분양 물량만 놓고 보면 총 1만4406가구로 지난해 1만538가구보다 36.7% 증가한 수준이다. 단순 계산시 조합장이나 조합의 비리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합장 스스로 도덕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정부나 지자체 등이 운영비를 지원해 검은 돈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운영되기 위해선 수억원의 돈이 들지만, 운영비가 없기 때문에 조합은 결국 정비 업체들로부터 대여금 형식(검은 돈)으로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기관이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대여해 비리 소지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조합 운영비를 지원하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비리를 조합장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하기 보다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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