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기자)장미대선을 앞두고 읽는 파리와 서울 정치

'빠리정치 서울정치'/최인숙 저/매경출판 펴냄

입력 : 2017-03-30 오후 4:54:09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한국과 프랑스.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비슷한 점도 많은 나라다. 프랑스 직장여성 중 20%가 일터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나 우유·고깃값 폭락에 따른 프랑스 낙농인들의 생활고·탈향 문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가장 비슷한 점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최근 두 나라 국가 최고지도자의 지지율이 바닥을 찍었다는 사실을 꼽는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조사 기준 5%를 하회했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 지지도도 한때 4%까지 추락했다.
 
분명 차이점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었는지 여부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의문의 7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는 지금도 베일에 싸여 있다.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이 국정 최고지도자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금도 이어지는 중이다. 반면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월7일 파리에 위치한 언론사 ‘샤를리 에브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2분 후 “내가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가겠다”는 전화를 시작으로 즉각적인 사태수습에 나섰다. 마뉘엘 발스 수상에게 전화를 걸어 대테러대책 마련과 오후 2시 국무회의 소집 요청도 했다. 역사에서 ‘만약에’라는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곱씹어볼 대목이다.
 
10년 간 프랑스 파리에 거주했고 파리3대학·파리정치대학 등에서 공부한 최인숙 박사는 최근 펴낸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통해 한국의 정치·사회 각 영역을 비교·분석한다. 서구 중심 오리엔탈리즘이나 막연한 동경이 아닌 다 년 간의 경험과 관찰에 기초한 객관적 잣대로 두 나라를 바라본 것이 특징이다. 이를 학문적 이론 뿐만 아니라 샹송이나 시, 동화 등을 곁들여 알기 쉽게 비교·분석한 글들은 쉽게 읽힌다.
 
우리 목전에 있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도 제시한다. 개헌논의가 한창인 우리에게 이원집정부제와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가 제도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고, 안고 있는 문제가 뭔지를 서술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과 한국 여론조사의 제도화 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 박사는 현재 한국의 여론조사 과정의 문제점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여론조사 대부분이 과학성과 대표성이 부족하며 이로 인해 ‘불신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선거 때 한몫 챙기려는 중소 여론조사업체가 실시하는 ‘저질 조사’의 난립을 막아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허투루 넘기기 힘들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새 정치가 필요한 때’이며 이를 위해 기성정치 타파와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신선한 바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9대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시기이기에 글의 울림은 묵직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언제나처럼 유권자들의 '참여'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300여년 전 플라톤의 외침이 이번에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빠리정치 서울정치'. 사진/매경출판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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