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영장심사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침묵한 채 법원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9분쯤 삼성동 자택을 떠나 10시20분쯤 영장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검찰 출석과는 다소 다른 표정이었다.
취재진이 뇌물혐의를 인정하는지, 국민에게 송구한 점이 뭔지,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 질문을 시도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말 없이 곧바로 영장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으로 올라갔다. 영장심사는 강부영 영장전담판사가 비공개 심리로 진행 중이다. 검사 6명, 변호인 2명이 출석했다. 검찰에서는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와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영하 변호사와 채명성 변호사가 입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설립·모금 관련범행(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강요) ▲현대차 등 개별기업에 대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강요 ▲삼성그룹 관련 범행(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블랙리스트 범행(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 ▲공무상비밀누설 ▲CJ그룹 관련 강요 미수 ▲KEB하나은행 임직원 인사개입(직권남용 등) 등 크게 5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뇌물 혐의 소명 여부가 구속여부를 가르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청구서는 표지와 별지를 제외하고 총 91페이지다. 재벌기업과 관련된 범죄 부분을 보면 삼성그룹 관련 뇌물 범죄사실이 38페이지로 가장 많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자로 지목됐다. 특검팀 종료 후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특검팀의 뇌물죄 적용 논리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청구서에 뇌물죄를 적시했다. 이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총 433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다.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가 많다. 범죄혐의 소명(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도주우려, 증거인멸 염려, 범죄 중대성 등이 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구속사유이다. 공범일 경우 공범간 형평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검찰은 도주우려에 대해서는 필요적 고려사항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대신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영장에 기록했다. 특히 최순실씨, 이 부회장,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공범들이 대부분 구속돼 있어 형평성 면에서도 박 대통령은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구속영장심사가 끝나면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지정한 유치 장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린다. 보통 구속영장청구 대상자는 검찰청 구치감이나 구치소에서 대기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구치소에 수감되고, 기각되면 즉시 풀려난다. 결과는 31일 새벽쯤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영장이 발부되면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에 구속된 3번째 전직 대통령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