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30일 오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주변에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반대를 외치는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결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 삼거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자 박근혜가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이라며 “법원은 중대범죄자 박근혜에 대한 구속영장을 즉각 발부하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라 사법정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퇴진행동은 그동안 드러난 범죄사실만 보더라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사유는 충분하다고 못 박았다. 퇴진행동은 “피의자 박근혜는 사적 인연으로 얽힌 최순실과 공모해 적극적으로 사익을 취하는데 서슴지 않았다”며“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를 자신과 측근의 사익 추구를 위한 범죄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원하였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중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언급하며 법적 형평성을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핵심 공범들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중대범죄자의 신병처리에서도 법 앞에 평등은 실현돼야 한다”며 “법원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30일 오전 10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대통령이 대포폰을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증거인멸과 범죄 조작을 하기 위해 무엇을 했을지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며 “이정도 증거인멸 시도라면 일반인의 경우 모두 구속사유에 해당된다고 결정해온 게 법원의 그동안 기본적인 법상식”이라고 말했다.
또 권 팀장은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면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진정한 책임 아니겠냐”며 “법 앞의 평등이라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법원이 실현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순호 416연대 공동대표 역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간절히 촉구했다. 안 대표는 “어찌 된 영문인지 박근혜 탄핵 15일 만에 세월호 유가족의 찢어진 가슴만큼이나 처참한 모습으로 온 국민 앞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며 “반드시 구속수사를 통해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중앙지검 정문 주변에서는 보수단체회원 150여명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한성주 대통령국민저항본부(대국본) 대표는 마이크를 들고 연신 ‘황교안 권한대행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라’, ‘영장을 취소하라’, ‘사기 탄핵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대표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을 구속시킨 분이 박근혜 대통령이다”라며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고, 국정교과서를 만들었다. 이걸 다 혼자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연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불쌍해 강원도 영월에서 첫 차로 올라왔다는 이모(65·여)씨는 “박 전 대통령도 잘 하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거야. 피도 눈물도 없냐.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을 먹었냐”며 “대통령이 얼마나 검소한 줄 알아. 집에 TV고 뭐고 다 옛날 금성이야”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한때 법원검찰청 삼거리 앞에서는 일부 시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를 찬성한다는 내용의 대형 플래카드를 흔드는 1인 시위자를 보자 흥분을 감추지 못해 언성을 높이며 달려들었고, 경찰이 곧바로 제지에 나섰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원과 검찰청사 인근에 24개 중대 192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30일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 삼거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이 언성을 높이고 흥분을 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