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이우찬 기자]‘국정농단 사건’ 피의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이후 국가를 유례없는 혼돈으로 밀어 넣었던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31일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 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구치장소를 서울구치소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지 19일 만에 수감생활로 들어갔다. 그동안 받아왔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경호 등 모든 예우가 중지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와 함께 신변이 검찰로 넘어 오면서 이날 오전 4시29분 검찰이 제공한 K9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출발했다. 영장실질심사 때에는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10시30분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역대 최장 시간인 8시간 40분 동안 심문을 받았다. 이전까지 최장 시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7시간30분이었다. 심문을 받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에게 직접 소명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변호인들도 검찰이 제시한 주요 혐의와 구속의 필요성을 일일이 반박했지만 결국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자료/검찰·박영수 특검팀
검찰은 지난 27일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크게 5가지로 분류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모금 관련범행(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강요) ▲현대차 등 개별기업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삼성그룹 관련 범행(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블랙리스트 범행(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 ▲공무상비밀누설 ▲CJ그룹 관련 강요 미수 ▲KEB하나은행 임직원 인사개입(직권남용 등) 등이다. 여기서 구체화 된 혐의가 총 13가지이다.
이 가운데 핵심 혐의는 삼성그룹과 관련된 뇌물혐의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뇌물’혐의를 두가지로 판단했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인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독일 법인 운영자금과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비 명목으로 총 21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한 뒤 실제로 77억9735만원을 지원했다. 특검팀은 이 혐의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해 공범인 이 부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이와는 별도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이 혐의는 특정범죄가중법상 제3자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제3자 뇌물죄는 일반 뇌물죄와는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범죄가 구성된다. 특검팀은 재단출연금 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2회에 걸쳐 독대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렇게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수는 총 433억2800만원이다. 특검팀은 지난 달 28일 수사기간이 종료되면서 이 부회장과 최씨를 뇌물죄로 구속기소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대면조사를 거부하는 한편, 탄핵심판 결정을 지연하면서 수사기간 종료시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어 기소하지 못했다. 헌법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기소되지 않는 불소추 특권이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은 검찰로 넘어왔다. 박 전 대통령은 특검팀이 검찰에게 수사를 모두 인계한 지난 6일로부터 나흘 뒤인 10일 탄핵되면서 불소추특권을 상실했다.
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든 것 가운데 ‘주요 혐의 소명’ 부분은 앞으로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물론 구속영장 발부가 곧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의 정당성은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의 13가지 혐의 가운데 ‘주요 혐의’는 ‘삼성 뇌물’ 외에 재단출연금과 관련한 뇌물 혐의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이 ‘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SK와 롯데, CJ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이우찬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