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가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er)'를 그룹의 새 비전으로 선언했다. '수치'에 몰두했던 낡은 비전을 버리고 '가치'에 집중하는 이른바 '뉴 비전'을 선포한 것이다.
3일 롯데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뉴롯데'의 비전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2인자로서 처음 공식 데뷔전을 치뤄 눈길을 끌었다.
간담회를 주재한 황 실장은 100년 기업으로 성장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질적 성장에 목표를 두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신동빈의 뉴롯데' 를 향한 첫 걸음을 알렸다.
황 실장은 "그동안 2018년까지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 되겠다는 비전 아래 사업을 지속해왔다"면서 "그러나 깊은 성찰을 통해 기업 목표가 매출 성장 및 이익 확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고, 그룹의 새 비전을 숫자에 치우친 양적 성장이 아닌 '고객과 함께 일상의 가치를 창조하는 롯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외 저성장 기조와 기술 혁명에 따른 사회 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외형 성장에만 집중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결론에서 비롯됐다는 게 롯데측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롯데가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등을 겪으면서 그룹 이미지 제고가 절실히 요구되는 가운데 대내외적 분위기를 감안한 결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신동빈 회장까지 나서 '동반성장'을 경영 화두로 삼으며 이 같은 혁신 선언이 어느정도 점쳐졌던 것도 사실이다.
롯데는 새 비전을 통해 낡은 비전과 사업기조를 모두 버리겠다는 각오다. 롯데는 지난 2009년, 매출 200조를 달성해 아시아 10대 브랜드가 되겠다는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롯데그룹 매출은 92조원을 돌파하는 양적 성장을 이뤘다. 현재 23개 국가에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그룹 매출은 2008년 42조5억 원에서 9년 만에 2배나 늘었다.
이에 대해 황 실장은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특정 시점을 정해두고 매출이나 이익 목표를 위해 사업기조를 맞추는 그동안의 경영 방식이 투명경영과 가치경영에 저해된다는 그룹 내부의 성찰이 있었다"며 "고객에게 얼마나 가치를 제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느냐를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10월 신동빈 회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이미 선언했다"면서 "새로운 비전 실현을 위한 경영 방침을 역량강화, 현장경영, 가치경영, 투명경영 등 네 가지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황 실장은 "새 비전은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것"이라며 "뉴롯데는 보다 더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파트너사와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사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황 실장은 "영업정지를 받은 매장에 대한 재오픈을 지속 신청하고 있다"며 "사실 중국 당국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 철수설에 대해서는 "1967년 사업을 시작해 1984년에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17년이 걸렸고, 진출한 지 20년이 됐다"면서 "중국사업은 아직까지 투자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계속해서 투자를 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