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GMO 수입 1위 나라가 소비자 눈은 가린다"

오세영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위원장
현행 GMO표시확대는 반쪽자리 제도…완전표시해야
GMO 유해성 여부 떠나 '소비자 알 권리'가 먼저

입력 : 2017-04-06 오전 9:24:04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식품업계에 'GMO'가 뜨거운 감자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분리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농산물을 말한다. 몬산토, 듀폰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식품의 대량생산과 재배의 편의, 저장성 향상 등을 위해 만들었지만 유전자를 조작해 탄생한 식품인 만큼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그동안 국내에선 유해성 여부를 떠나 시중의 가공식품 중 GMO 함유 여부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온전히 알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이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4일부터 'GMO표시확대'를 시행했다. 그러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은 여전하다. 식용유와 당류 등은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와 상관없이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영 GMO 전국반대행동 상임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세영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위원장. 사진/이광표 기자
  
- 국내에 'GMO'가 갑자기 이슈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
 
90년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GMO가 개발됐다. 한국에선 2000년대 초반에 GMO를 수입할 수 있다는 법안이 만들어졌고 유전자조작식품반대생명연대 등 우리같은 단체들이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그때는 큰 이슈화가 되질 않았다. 소비자들도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연말에 농업진흥청에 'GM작물개발사업단'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이곳에서 '벼'를 GM작물화해 재배하겠다는 발표를 내놨고 이미 시험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GMO를 먹는 주식인 '벼'까지 활용된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이 있었다. 그때부터 반대 여론이 커지기 시작했다. 사실 지난해 우리나라는 220만톤의 쌀이 남았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해 유전자를 조작한 벼를 재배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다. 정부는 '식량안보' 차원이라 주장하며 GM작물 개발에 나섰지만, 그 비용으로 농사를 많이 짓게끔 농가보조를 하는 게 더 근본적인 식량안보 대책이다. 농민들의 반대도 거센 상황이다.
 
- GMO반대전국행동 출범은 어떻게 하게 됐나.
 
작년에 쌀을 GM작물로 재배한다고 해서 66개 정도의 GMO반대에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이 대거 모이기 시작해 출범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대응하자는 차원이었다.
 
- 우리나라 식용 GMO 수입량이 얼마나 되는가.
 
식용으로 수입되는 GMO는 228만톤이 된다. 이것도 2014년기준이다. 통계가 안나왔지만 그동안 더 늘었을 것이다. 식용 GMO 수입량이 세계 1위인데 GMO 표시는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는다는게 문제 아닌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콩하고 옥수수는 자급률이 1%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양을 수입해야 되는데 국제 시장에서 수입되는 콩, 옥수수는 대부분 GMO 작물이다.
 
- 식약처가 2월부터 GMO표시 확대를 시행했는데.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GMO 표시확대를 한다고 했는데 단서조항이 있다. 가공 후에 GMO DNA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표시를 안해도 된다는 조항이 문제다. 이럴 경우 간장, 된장, 식용유 등은 GMO를 사용했어도 GMO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 가장 흔하게 구입하는 GMO 제품들에 대해 소비자가 구입 전에 알 권리가 철저히 무시된 격이다.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GMO 표시제가 되지 않으면 현재 법상으로는 GMO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GMO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가 없다. 우리는 단서조항을 뺀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측은 GMO 표시가 확대됐다고 생색을 내지만 실제로는 반쪽자리 제도를 발표한 셈이다. 유전자변형 원료를 썼다면 식용유든 뭐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모두 GMO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 GMO가 나쁜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고, 전문가들도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데.
 
GMO가 개발된지 20여년밖에 안됐다.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간 자체가 길지 않았다. '20년을 먹었는데 괜찮더라'는 식의 평가는 위험한 발상이다. 일부 유해하지 않다는 분석 결과도 있지만 동물 실험을 거쳐 유해하다는 결론을 낸 분석 자료도 많이 나와 있다. GMO가 위험하지 않다는 연구 못지 않게 GMO가 위험하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GMO는 육종방식이 아니라 종이 다른 생명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가령 땅에 있는 제초제 유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농작물에 강제로 집어넣은 것이다. 국내에는 GMO 농작물이 상용, 재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벼에 대한 GM작물 시험재배가 시작됐고 국민들은 GMO 가공식품을 이미 많이 섭취하고 있다. 1년에 1인당 45kg을 섭취한다는 자료가 있다. 국민들의 주식인 쌀을 1년에 65kg 먹으니까 상당량의 GMO를 먹고 있는 상황다. 유해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면 '안전'이 먼저 우선된다는 차원에서라도 기본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게 맞는 태도 아닌가. 나쁜 먹거리가 아니니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나쁜지 안 나쁜지 알 수 없으니 표시라도 제대로 하고 소비자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다. GMO를 쓰는 식품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괜한 불안감 조성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그 문제는 온전히 소비자가 판단할 몫이다.
 
- 정부는 이른바 '식량전쟁'을 대비해 GM작물 개발에 나섰다. 이를 반대한다면 다른 대안이 있는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3%밖에 안 된다. 그 이유는 농사를 안 짓기 때문이다. 농촌에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다. 농사를 짓도록 만드는게 근본적인 대안이지, 안전성도 검증도 안된 사업에 수백억씩 투입해서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GMO를 수입을 많이 해오기 때문에 우리도 개발을 한다고 하는데 수입을 안 할 근본적인 자급력을 키우는 방법을 찾아야 되는 게 맞다.
 
- 해외에선 GMO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미국에서도 GM작물이 꾸준히 늘어나다가 2015년부터 재배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GMO를 활용한 농사를 짓긴 하지만 그만큼 섭취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우리 정부에서만 이를 모른척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는 GMO 제품에 대한 표시제도에 더 적극적이다. 가까운 코스트코만 가 봐도 수입 제품들을 보면 GMO 표시가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 식품업계에서는 GMO 표시를 시기상조라고 반대하는 분위기인데.
 
그렇다. 식품업체들은 GMO를 활용해 생산비용을 대대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앞으로도 GMO에 더 의지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GMO제품을 꺼리게 되면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GMO를 표시하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게 될 것이고 영세한 업자들은 GMO 표시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하고 주장하는데 GMO 표시는 소비자 선택권은 문제다. 식약처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하듯이 농축산부에서 식약처에서도 GMO 관련된 인증, GMO 관련된 검사를 식약처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우리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우리는 현행 GMO표시제도 안에 있는 단서조항이 빠진 GMO완전표시제 도입이 우선 목표다. 그 다음에는 궁극적으로 GMO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니 반대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GMO의 위험성을 계속 알리고 GMO가 없어지는게 우리의 목표다.
 
GMO 반대 집회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의 모습. 사진/GMO반대전국행동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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