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없이는 다음 사회로 못 나가"

김성훈 전 특조위 조사관 “2기 특조위 구성해 진짜 사고 원인 밝혀내야…배 절단해선 안돼”
"관련 의혹 빠짐 없이 조사·재발방지책 마련해야 트라우마 벗어나"

입력 : 2017-04-11 오후 3:19:41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렇게 쉽게 올라올 걸 왜 이제서야 올라왔을까."
 
김성훈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관이 인양된 세월호를 보고 느낀 첫 감정이다. 그는 또 "세월호가 너무나 많이 훼손돼 처참했다"고 말했다. 김 전 조사관은 최근 목포신항으로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곳에서 그는 약 3년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며 유가족과 미수습자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김 전 조사관은 2015년 결성된 특조위에서 1년9개월여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투신했다. 이후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나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집요한 방해로 1기 특조위 활동이 중단되면서, 지금은 나오던 실업급여도 끊긴 상태다. 그러나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임시 사무실을 꾸리고 6~7명의 조사관들과 함께 세월호의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 묵묵히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 전 조사관을 만나 세월호 인양과 이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김성훈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사진/박용준 기자
 
1기 특조위 합류 계기와 역할은 무엇인가.
 
민간연구소 연구원이었는데 당시 속해있던 연구소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원래는 경제 분야 담당이었는데 학부에서 공대 출신이라 당시 문제 제기됐던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겠느냐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도움이 된다면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선체 관련은 전공은 아니지만 공부하면서 분석해왔다.
왜 구조를 안 했는지와 정부의 대응 문제 등은 이슈가 많이 됐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에 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저는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해경 관련 의혹과 항적 같은 사고원인, 국정원, 청와대 쪽을 두루두루 조사했다.
해경 내에 참사 당시 기록이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잠수 문제, 에어포켓 문제 등이 해경 발표와 실제가 다르다는 것도 특조위 활동으로 드러났다. 해경이 했던 선내진입명령, 퇴선방송 거짓말을 확인했다. 현장에 있는 해경이 실제 선내에 진입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1기 특조위 활동의 성과는 무엇이었나.
 
1기 특조위의 성과라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이다. 국민들은 온전하게 진상규명해달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는 조건이었다. 사회환경이 그랬고, 이제는 왜 그랬는지 알겠지만 조사가 거의 진척이 안 됐다. 나중에 탄핵국면에 들어서서야 그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알게 됐다. 청와대, 해수부, 해경, 국정원을 조사하려고 했는데 협조가 안됐다. 권한도 약하고, 강제수사가 안 되다보니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상대방의 선의에도 기대봤지만 선의는 없었다.
답답하고 화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어깨가 무겁고 자책도 많이 했다. 그 때는 우리 안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정권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대한 집요한 방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수긍이 되더라. 이렇게까지 조사가 안 될 것은 아니었다. 이제 보니 검찰이 나서도 청와대가 거부하고 피해가는 것을 보면서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된다.
1기 특조위는 사회적으로 제기됐던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기 때문에 CCTV 조작, 교신음성 조작 가능성 등을 검토했다. 아직 결론나진 않았지만 공표할 수 있는 부분은 공표했다. 차기에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은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토대를 마련했다.
 
지금도 많은 1기 조사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강제 폐쇄를 당했고,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에 어떤 형태로든 조사기구가 생겨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1기 특조위 조사관은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임했더라도 해양 분야 특성상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해상사고이기 때문에 과거사 조사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분야의 조사였다.
해양 분야가 인력풀이 너무 좁다. 해수부와 연이 닿은 분도 많고, 대부분 말하기 조심스러워 했다. 특조위 구성할 때 전문지식 가진 분들이 합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음에 출범하는 조사위원회는 우리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면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 여태까지 조사한 것을 정리해 중간결과 개념으로 만들어 다음 조사위가 참조할 수 있도록 해두자고 생각해 6~7명 조사관들이 남았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렇게 탄핵 될 거라고, 세월호가 이렇게 빨리 인양될지 아무도 예상 못했다. 그러한 현안에 대응하고 각종 요청에 응해주다 보니 정작 하려던 작업은 생각보다 달성을 하지 못한 상태다.
 
2기 특조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배가 이제 인양돼 많은 부분이 해결되겠지만, 모든 의혹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육지로 올라온 배에서 단순히 충돌 흔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구조 과정에서 문제된 각종 쟁점들이 많다. 이전에는 배가 없으니 도면만 보고 조사했던 부분이 있다. 배가 올라왔으니 충돌원인 이외에도 이제야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배가 그대로 남아 있어야만 한다. 배가 남아있지 않다면 2기 특조위 역시 조사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전체 참사의 일부분이며, 해경 책임 문제 과연 정말 구조를 안 한 것인가에 대해 결론이 나질 않았다.
해경 지휘부는 해경 현장구조인력에만 책임을 전가한 상태인데 재판부는 현장구조인력에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1기 특조위도 특검을 요청했지만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국정원을 포함한 컨트롤타워 문제는 조사조차 상당부분 물음표로 남아있고 앞으로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근본적인 목적은 다시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선체 조사만으로는 이를 다 해소할 수는 없고, 만일 있을 사고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 조직만으로는 할 수 없다. 진상규명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민안전처 신설, 해경 해체로는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선박 검사 과정에는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어떤 대응체계를 가져가야 하는가 등에 대한 현실적인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2기 특조위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세월호 선원, 청해진해운, 한국선급 등 1차적 책임기관 등은 자기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미 재판을 받아 형을 살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조사를 하지 않으면 양심고백을 하지 않는 한 과거 주장을 바꿀 이유가 없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도 감사원 감사만 받았을 뿐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권한 문제가 일단 중요하다. 가능한 한 많은 권한을 부여해 독립성과 자기완결성을 갖춰야 한다. 검찰도 조사 대상인 상황에서 기소권이 없으면 조사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검사를 파견 받는 등의 내부적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배가 올라오면 미수습자 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진상 규명의 모든 것이 아니다.
해경이 정말로 세월호에 외부 손잡이가 없어서 내부 구조를 못 한 것인지 조사를 해야 한다. 항공구조사들도 왜 입구에 가지 못하고 떠돌기만 했는지, 해경 방송은 정말로 하긴 한건지 배가 가능한 원형 그대로 있을 때 조사해야 한다. 배가 중간에 없어지거나 사라지면 이런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 선체가 올라왔기 때문에 관련 쟁점은 모두 조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까지 이뤄져야 다음 사회로 갈 수 있는 1단계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세월호 참사 당시의 사회에 머물러 있다.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다시는 세월호 참사가 이뤄지지 않는 사회, 혹여나 사고가 일어나도 참사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이 돼야 우리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가 없어질 것이다.
 
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침몰 3년여만에 바다에서 인양된 세월호가 거치돼 있다. 선체조사위는 방역작업 등을 거쳐 미수습자 9명과 침몰원인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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