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랜드그룹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1월 티니위니를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엔 외식사업까지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업계 안팎에선 이랜드의 이같은 전략이 재무구조에 단기적으로 숨통을 열어 주겠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휴우증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계열사 이랜드파크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와 한식 뷔페 자연별곡 등 외식사업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외식사업부 매각 사전 단계인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매매가는 1조원대가 될 전망이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외식사업 브랜드는 애슐리(사진), 자연별곡, 피자몰, 수사, 샹하오 등 18개다.
앞서 이랜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휴 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올 1월 티니위니 브랜드를 중국 브이그라스 회사에 51억3000만 위안(약 8770억원)에 매각했다. 그 결과 2016년 말 300%에 달했던 부채 비율이 올 1분기에는 240%까지 낮아지게 됐다.
티니위니에 이어 부동산 매각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재무 구조 개선 속도를 높였다. 이미 올 해 1분기에 평촌 NC백화점, 의정부 민락지구, 곤지암 물류센터 등 총 5개의 부동산을 매각해 1900억 원을 확보했고, 1분기 실적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5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올 해 안에 추가적인 유휴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이 연기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랜드가 내세운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한 축이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였기 때문이다. 당초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만 제값을 받고 상장한다면 유동성 위기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내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자회사 이랜드파크의 애슐리, 자연별곡 등이 임금 체불 논란에 휩싸이며 상장심사에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선 이랜드의 무리한 M&A 질주가 '선택과 집중'의 길로 떠밀게 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이랜드의 사업확장은 2000년대 들어 더욱 본격화됐다. 2004년 뉴코아와 2006년 까르푸를 인수한 뒤 2010년 대구 동아백화점과 서울 그랜드백화점 강서점 등을 품에 안았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만다리나덕을 비롯해 제화업체 엘칸토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코치넬리, 2013년에는 미국 패션브랜드 케이스위스, 지난해 제주·청평 풍림리조트 등을 품에 안았다.
이 같은 무한 확장으로 이랜드는 2014년 말 기준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 4조7000억원의 재계 순위 42위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수많은 패션 및 외식 브랜드와 호텔·리조트를 보유한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최근 신용 등급 강등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랜드가 전형적으로 신규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상당부분을 빌려서 조달해온 기업이라는 점도 치명타가 됐다. 이랜드는 2010년 2조5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2015년 말 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빚으로 늘려놓은 사업들까지 삐거덕대기 시작하면서 험난한 '재무구조 개선'의 여정에 돌입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랜드그룹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수해 올 상반기 내 누적 5000억 원의 부동산을 추가로 매각하고, 상장이 연기된 이랜드리테일 지분 매각을 통해 6000억원을 확보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 서강로 이랜드리테일 본사.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