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돋보기)기본료 폐지·단말기값 분리공시…문 통신비 절감대책에 업계 "비현실적"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공약도…이통사 "투자여력 막을 우려"

입력 : 2017-04-11 오후 6:09:18
[뉴스토마토 박현준·최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1일 기본료 완전 폐지·단말기 가격 분리공시제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통신비 절감정책을 발표했다. 통신사 측에서는 벌써부터 일부 내용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경남 창원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정책’ 발표에서 문 후보가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월 1만1000원 가량의 기본료 폐지다. 그는 “이동전화 기본료는 통신망을 깔고 통신설비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라며 “LTE 기지국 등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투자는 이미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통신망 유지·보수를 위해 기본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수조원, 사내유보금도 수십조원”이라며 “기본료를 폐지해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르신과 사회 취약계층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일몰 예정인, 지원금 상한을 33만원으로 제한하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앞당겨 폐지해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비용을 낮추겠다는 점도 공약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제조한 단말기를 미국에서 구입하면 우리나라보다 21% 더 싸게 살 수 있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단말기 지원금 중 제조사와 이통사가 지원하는 금액을 별도 표시하는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분리 공시제는 단통법 도입 때 추진했지만 제조사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좌절됐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추진해 고가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빼겠다”고 다짐했다.
 
이통사가 사용하는 주파수 경매 시 각 사의 통신비 인하 성과와 향후 인하방법을 포함시켜 기업 스스로 통신비를 인하토록 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무선인터넷 요금제, 데이터 요금 할인상품 확대를 장려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한·중·일 3국 간 로밍요금 폐지를 추진해 해외에서도 통신료 부담없이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공약에 들어갔다.
 
이통사들은 이 중 기본료 폐지를 두고 다양한 우려를 내놨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 등 투자할 곳이 많은데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투자 재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역할인데 재원이 없으면 투자를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기본료 폐지가 중소협력사 이익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망에 대한 투자를 할 때 중소 장비 제조사의 제품을 구매하고 공사업체도 함께 망을 구축한다”며 “이통사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 많은 협력사들에게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며 이통사들의 사내유보금이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한 부분에 대한 반박도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은 LTE 망과 각종 장비 등에 재투자돼 있다"며 "사내유보금으로 나온 수치가 전액 현금이 아니라 고정자산도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통사에 기본료를 폐지할 것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라리 제4이통사를 도입하거나 알뜰폰을 더 지원해 경쟁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기본료 폐지를 공약했지만 실현되지 못한 점을 들어 기본료 폐지 카드로 현실성 있는 요금 인하를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공약에 대해서는 "몇달 앞서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클지 의문"이라거나 "예전의 혼탁한 이통시장으로 돌아가기보다 시장 기능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반면 싸고 편리한 데이터 이용환경을 구축하거나 취약계층을 위한 인터넷 요금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내 한 휴대폰 판매매장에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현준·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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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