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 기자] 증권가에서 한때 활발하게 진행되던 대학생 홍보대사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있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장기불황으로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회사 정책에서 외면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20대 투자자의 규모가 감소한 원인도 한몫하고 있다. 20대 예비고객 확보에 대한 효과가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주요 증권사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운영해온 대학생 홍보대사 프로그램은 명맥이 끊겼다.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6개 증권사 중 1개 증권사만이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주요 증권사들은 미래의 고객인 젊은층의 확보와 온라인에서의 자사 마케팅(홍보)을 위해 대학생 홍보대사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예비고객을 확보하는 한편,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SNS) 활용에 능통한 이들을 통해 온라인 홍보에 나서면서 회사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옛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옛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 옛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등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각 회사는 활동한 이들에게 자사 입사지원 시 서류전형 우대 또는 우수활동자를 대상으로 인턴십 기회도 부여하는 혜택도 제공했다.

 

하지만 7년여가 지난 현재 관련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췄다. 이베스트투자증권(옛 이트레이드증권)은 2011년 ‘대학생 서포터즈 YES 이트레이드’를 출범했지만 1기만을 배출하고 운영이 중단됐고, 하이투자증권은 2010년부터 ‘하이서포터즈’를 운영해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서 자사 홍보에 나서며 우수활동자에게 단기간 인턴기회를 부여했지만, 4기까지 배출하고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밖에 옛 미래에셋증권의 스톡 챌린저(Stock Challenger), 옛 동양종금증권의 TYBA(TongYang Brand Ambassador)도 인수합병 등의 과정 속에 사라졌다.

 

신한금융투자는 2011년부터 ‘신한금융투자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영해왔다. 서류 및 면접전형을 거쳐 선발한 대학생들에게 캠퍼스 홍보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소정의 활동비 지급과 전 과정을 마치고 우수자로 평가된 이들에게는 대졸공채 서류면제 혜택, 최우수자에게는 인턴십 기회를 제공했었다. 하지만 2015년 10기를 배출하고 2016년부터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회사 정책상 관련 프로그램 운영이 배제됐다”며 “당분간 해당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투자증권만이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는 작년까지 ‘뱅키스 대학생 홍보대사’를 운영하며 서포터즈를 10기까지 배출했다. 광고프로모션 기획 및 실행 등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사 입사지원 시 우대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뱅키스 대학생 블로거’로 명칭을 바꿔 대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제공되던 입사지원 시 우대 혜택은 없어졌다.

 

이는 장기불황에 갇힌 업계 흐름 속에 비용절감에 나선 영향이 크다.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고, 글로벌 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른 채권 운용손익 감소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작년 순이익은 1154억원으로 전년(2155억원) 대비 46.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6681억원으로 전년(8702억원) 대비 23.2% 줄었고, 영업이익은 1438억원으로 지난해(2607억원)보다 44.8% 뒷걸음쳤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순이익은 2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조228억원으로 1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998억원으로 17.5%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을 계속 이어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용요소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 이를 계속 유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더불어 이는 사회적 책임의 성격인데 현재는 대학생 관련 프로그램보다 기부 쪽에 좋은 평가와 인식이 이어지는 점도 한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20대 주주의 감소도 관련 프로그램을 배제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주식시장 내 20대 주주 규모는 24만명으로 전년 45만5000명 대비 47% 가량 줄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시적인 홍보 효과가 크지 않고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시장 침체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젊은층의 유입 역시 미미한 것도 관련 프로그램을 이어가지 않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대 젊은층을 예비고객으로 이끌어 확보하기 위한 성격도 있었는데 취업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투자에 나설 여력이 점차 감소하는 점 역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