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80억 기부에 140억 증여세 부과는 부당"

황필상씨 설립 재단 증여세부과 소송 상고심서 원심 파기

입력 : 2017-04-20 오후 5:24:3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장학재단을 통해 모교에 180억원 상당을 기부한 수원교차로 설립자 황필상씨에게 140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5일 재단법인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황필상 등이 원고에게 주식을 출연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으로서는 나아가 황필상 등이 원고의 정관 작성, 이사 선임 등의 설립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원고를 설립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더 면밀하게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비영리법인의 설립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재산을 출연한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전제에서 황필상 등이 공익법인인 원고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해 원고의 보유 주식을 합산하면 최대주주 요건이 충족된다고 봐 이 사건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용덕·김소영·박상옥 대법관은 "비과세요건을 정한 법률 문언이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지 않은 내국법인의 주식 등을 출연하는 경우'라고 돼 있어 '주식 출연' 이전의 '특수관계'를 문제 삼고 있는 점, 입법자의 의사는 출연자가 기존에 지배하고 있던 특정한 기업의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경우 출연자의 간접적인 기업승계에 이용되는 것으로 봐 증여세를 과세하려는 것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주식의 출연 직전을 기준으로 출연자 등이 최대주주였다면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황씨는 수원교차로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다가 6촌 동생과 함께 전재산에 가까운 보유주식 90%(약 180억원)를 사회에 환원하여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증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주대학교에서 주식을 직접 증여받는 것이 곤란하다고 하자 대안으로 지난 2002년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주식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수원세무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한 공익법인이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해 출연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 재단에 증여세 140억원 상당을 부과했고, 재단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주식의 기부 전에 황필상 등이 수원교차로의 지배주주였으므로 법률을 형식적으로 해석하면 과세요건은 충족되나, 주식을 장학사업에 사용할 의사만 있었을 뿐 경제력 세습과 무관한 경우에까지 위 법률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적이므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주식의 법정한도 초과 기부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제도는 예외적으로 혜택을 주는 제도로서 입법자의 재량 범위 내에 있고, 비록 원고에게 과세하는 것이 장학재단의 존속을 불가능하게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발생시키더라도 법정요건이 충족되는 이상 과세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공권력의 행사인 과세처분도 조세법률주의와 법치국가적 한계를 준수할 때에만 비로소 승인될 수 있다는 점을 선언하는 동시에 종래 관련 세법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명확해 실무상 혼란이 있었던 영역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선의의 기부를 장려하면서도 편법적인 제도의 남용은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기준과 운용방식을 제시한 판결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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