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전자업종이 역대급 수출 실적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그만큼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로컬기업과의 경쟁심화로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 약세가 이어지며 구조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전자업종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최근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23일 코트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제조업 생산법인은 640개에 달한다. 아직 특이사항은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의 글로벌 수출에서 한국산 부품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사드 보복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산 부품에 대한 통관 지연 등 수입 제한 시 자국에도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하지만 한국산 스마트폰 등 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면 부품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국내 전체 ICT 수출은 161억5000만달러로 역대 3위의 월간 수출액을 기록했다. 3월 수출로는 사상 처음으로 160억달러 고지를 밟았다. 국내 ICT 수출에서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한 덕분이다. 지난달 대중국 ICT 수출은 15.6% 상승한 81억달러였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다.
하지만 내실은 부족하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심화되는 추세다.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이 76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4.1%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ICT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 반도체 비중은 38.3%였다. 올 들어 3월까지 누적 기준은 46.6%로 8.3%포인트 올랐다. 중국만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45.2% 증가한 반면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는 각각 34%, 5% 감소했다. 대중국 ICT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지난해 72.8%에서 올 1~3월 누적 88.9%로 16.1%포인트나 상승했다. 1월 84.9%, 2월 87.4%, 3월 94% 등 매달 가파른 상승세다.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해 대만도 동반 부진하다. 휴대폰은 중국 로컬기업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진출 및 상반기 전략폰 출시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UNCOMTRADE에 따르면 중국 내 한국산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3년 19.8%에서 지난해 5%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국산은 62.5%에서 82.4%로 껑충 뛰었다.
대들보인 반도체조차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은 메모리 시장에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최근 정부로부터 220억달러(25조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 받았다. 중국의 메모리 제조 국산화가 일부 진행되면 일정 비율로 국산 장비 및 재료를 사용토록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은 한·미·일 메모리 기업과의 제휴 관계를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각국 정부가 기술 공여에 부정적이라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선도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자사 기술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일본 도시바가 매물로 내놓은 낸드플래시 사업은 대만 홍하이그룹 계열 폭스콘이 무려 270억달러(30조원)를 제시했으나, 폭스콘의 아이폰 제조 공장이 대부분 중국에 위치하는 등 기술 유출 우려로 일본과 미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