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광주 광산구의회 앞에서 금호타이어 사내협력사 대표와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 노조 대표들이 '고용 보장 없는 금호타이어 매각 추진을 즉각 중단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이 재개됐지만 난제는 여전하다.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이 보유한 ‘금호’ 상표권이 매각 성사를 위한 중요한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채권단이 채무 상환 압박으로 상표권 협상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중국 기업으로의 매각 반대 목소리가 높은 정치권 안팎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더블스타 간의 협상이 24일부터 재개됐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우선매수권의 행사 기한인 19일을 넘겨 더블스타 측에 협상재개 공문을 발송했으며, 이날부터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따른 후속 진행절차를 밟게 된다.
최종 협상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금호’ 상표권이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박 회장 측은 그간 매각협상을 지연시킬 카드로 상표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중을 비쳐왔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금호산업과 상표권 사용 계약을 연장했지만, 더블스타로 주인이 바뀌면 재계약이 필요하다. 박 회장 측이 상표권 사용을 불허하거나 높은 수준의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상표권 계약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수수료율 등 상대방 측이 제시하는 조건을 보고 상황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계약 당사자인 금호타이어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며 민감한 부분에서 발을 뺐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대규모 차입금을 내세워 박 회장 측에게 상표권 계약을 체결토록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매각 무산시 즉각 차입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의견이 높아, 채권단이 무리한 개입은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이 무산되면 재매각에 나서야 하는데 가뜩이나 실적이 부진한 금호타이어의 부실을 키워 매물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한 박 회장으로선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하고 물러나는 게 최선이다. 상표권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정치권 등 국내 매각 반대 여론이 커지면 더블스타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블스타 측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인수가 목적이지, 공장만 가지려고 입찰에 참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표권 협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 광주시와 시의회, 광주상공회의소 등은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을 잇달아 표명했고, 이날도 국민의당 의원들이 광주공장 노조 사무실을 찾아 매각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호타이어 금속노조는 오는 28일 서울 산업은행 앞에서 매각을 반대하는 상경투쟁을 재차 열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채권단은 고용보장이 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