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정재훈 기자] 종합교육기업으로 도약한 '교육공룡'들은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물러나지 않고 싸우다가 누구 하나 백기를 들게 만드는 '치킨게임'으로까지 치달았다. 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광고, 판촉, 가격할인 등 마케팅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어 자칫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에스티유니타스 가세로 출혈경쟁 불붙어
사교육시장의 출혈경쟁은 에스티유니타스가 등장하면서 한층 심화됐다. 지난 2010년 교육시장에 뛰어든 에스티유니타스는 7년만에 업계 1위인
메가스터디(072870)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한정된 수요에 공급이 많아지자 피 튀기는 경쟁이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티유니타스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당 시장에 파장이 일었다"며 "정해진 수요 안에서 기업들만 커지게 되니 3~4년전부터 시장내 치킨게임이 시작됐다"이라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인 사교육 시장에서 메가스터디그룹, 해커스교육그룹, 에스티유니타스 등 공룡 3사의 총 매출 규모는 1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1조원 시장에서의 선두자리를 두고 광고를 통해 각 사업분야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공격적인 가격할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3사의 지난 2012년 마케팅 비용은 총 150억원 수준이다. 당시 100억원대이던 마케팅 비용은 5년 사이 750억원대로 급증했다. 마케팅 비용은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지난 2013년 메가스터디그룹을 시작으로 이듬해 해커스교육그룹과 에스티유니타스까지 본격적인 마케팅 전쟁에 뛰어 들었다. 메가스터디그룹은 지난 2012년 97억원이던 마케팅 비용이 2013년 146억원으로 급등했다. 이듬해 해커스교육그룹과 에스티유니타스도 각각 123억원, 173억원을 기록하며 메가스터디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마케팅에 사용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은 각각 225억원, 345억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의 규모까지 늘어났다. 메가스터디그룹(172억원)보다 많게는 2배까지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출혈경쟁의 주된 원인으로는 '프리패스' 제도가 꼽힌다. 프리패스는 일정 금액의 수강료를 지불하면 해당 시험이나 과목과 관련된 모든 강의를 장기간 또는 기간제한 없이 수강할 수 있는 제도다. 40만원대 수강료로 1년 동안 어학, 공무원, 자격증 등 20개 종류의 강의를 모두 들을 수 있는 방식이다. 에스티유니타스가 영단기 브랜드를 론칭하고 처음으로 이 제도를 선보였고 이후 경쟁사들도 하나둘 도입하기 시작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가격할인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만은 없다"며 "1인당 매출액이 급감하는 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체격'은 유지됐지만 '체력'은 떨어져
치킨게임을 지속하면서 기업들의 체력도 떨어졌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수익성은 줄곧 내리막이다.
메가스터디그룹은 지난 2012년 3000억원대인 매출액이 5년이 지난 2016년 2942억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582억원에 92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지난해 수익은 마케팅에 쏟아 부은 금액(172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커스교육그룹은 2012년 976억원이던 매출액은 2016년 995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1억원에서 65억원으로 급감했다. 해커스교육그룹 역시 지난해 65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동안 그 보다 4배 가까운 225억원을 마케팅에 사용했다.
출혈경쟁은 인터넷 강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사업부문에서 더 심각하다. 온라인 부분은 애초 단가가 낮게 형성된 데다 가격 경쟁까지 붙으면서 오히려 적자 신세다. 해커스교육그룹의 경우 오프라인 학원 부문은 해커스어학원으로, 인터넷 강의 등 온라인 부문은 챔프스터디로 법인을 구분하고 있다. 해커스어학원과 챔프스터디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376억원, 405억원으로 온라인 부문의 매출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익성은 정반대다. 지난해 해커스어학원이 2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챔프스터디는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교육콘텐츠는 학원 수강료보다 싸다"며 "가격 경쟁까지 일면서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콘텐츠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티유니타스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 경쟁사들이 겨우 몸집을 유지하는 사이 이 회사는 덩치를 빠르게 키웠다. 지난 5년간 매출액을 10배 이상 끌어올렸다. 2012년 에스티유니타스의 매출액은 198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2년 동안 2배 성장을 이어갔고, 2015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이듬해인 2016년 2223억원으로 2000억원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수익성면에서는 경쟁사와 다를 바 없다.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3년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014년에는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듬해인 2015년 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역시 영업손실 9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이들의 출혈경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이에 치킨게임이 끝난 이후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냔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한 시장 안에서 고객들이 때 되면 번호이동을 반복하는 이동통신 업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때문에 그 안에서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자를 제치고 승자로 살아남은 경우 기존에 적자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효정·정재훈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