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KRX 인수·합병(M&A)중개망 내 전문기관 중 스타트업기업 특화 M&A전문기관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중개망 개설 후 스타트업기업 특화 M&A전문기관으로 지정한 증권사의 스타트업 지원기능이 미미하고, 관련 실적도 없어 별도구분을 하는데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개설 당시 스타트업(창업초기)과 중소·벤처기업의 투자회수와 혁신이라는 취지에서 퇴색됐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KRX M&A중개망 체제개편을 진행하면서 스타트업 특화 M&A전문기관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현재 M&A중개망 체제개편을 진행 중인데, 기존에 있던 ‘스타트업기업 특화 M&A전문기관제’는 폐지하기로 했다”며 “기존 지정된 회사의 스타트업 M&A지원기능이 미미해 별도 구분 실익이 없어 관련 제도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작년 6월말 KRX M&A중개망 개설 이후 현재까지 성사된 딜은 비상장기업인 드림시큐리티(피합병법인)와 신한제2호 스팩(SPAC)의 합병을 포함해 총 7건이다. 이 중 스타트업 특화 M&A전문기관으로 지정된 5곳이 성사한 딜은 5건이지만 5건의 딜 모두 스타트업기업 M&A가 아닌 딜 규모가 큰 건이었다.
스타트업기업의 자금회수와 재투자에 대한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특화기관제를 폐지하면서 개설 취지에서 퇴색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당초 중개망은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모험자본 선순환 체제 확립이라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특히, 스타트업기업(창업초기기업)의 투자자금 회수와 재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기능도 있었다. 이는 중개망 운영방침 중 한 축을 담당했다. 실제로 중개망 운영방침에는 '스타트업기업 특화 M&A전문기관을 별도 지정 운영하고, 스타트업 유관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동 전문기관 활동을 집중 지원하는 등 스타트업 기업의 M&A매칭을 지원한다'고 돼 있다.
거래소는 이를 고려해 공익차원에서 증권사를 대신해 직접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가 수익차원에서 부담을 느끼면서 고사를 하고 있어 거래소가 직접 나서 공익차원에서 무상으로 서비스할 것”이라며 “상장기업 쪽에서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려고 하는 수요와 스타트업기업 쪽에서 엑시트 하려는 수요를 매칭하려 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와 인력 확충, 대외 네트워크 구축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IB의 영역까지 커버하려던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M&A는 증권사들의 자체적인 네트워크망을 활용하는, 즉 IB의 역할로 거래소의 영역에서 커버하기는 힘든 부분”이라며 “증권사를 대신해 거래소가 나선다고 해서 활성화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대형사의 중개망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규모가 큰 기업이나 스타트업처럼 작은 기업이나 M&A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비슷하다”며 “하지만 딜 규모에 따른 수수료에서 큰 차이가 생기므로 스타트업시장 기업들과의 딜에 나설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통상 국내 증권사는 M&A 거래에서 거래금액의 1% 가량을 수수료로 챙긴다. 스타트업기업의 딜을 보통 20억원 규모다. 이를 계산하면 증권사가 1건의 딜로 챙길 수 있는 수수료는 2000만원 수준이다.
한국거래소(KRX)가 KRX 인수·합병(M&A)중개망 내 전문기관 중 스타트업기업 특화 M&A전문기관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사진/한국거래소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