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조선 3사가 올 1분기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내실을 뜯어보면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에 따른 것으로, 바닥을 드러낸 수주잔고 등 업황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그간 벌어들인 유보금과 정부 재정지원 등으로 한 차례 파고를 넘어갔다지만, 대형사들에 비해 열악한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하루하루가 시름이다.
현대중공업이 1분기 연결기준 6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 가운데 최근 채무재조정을 통해 2조9000억원의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대우조선해양도 2918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5년여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도 1분기 27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외형상으로는 3사 모두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본질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반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높다.
지난 3월 발표한 2016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대중공업이 2015년 2만7409명에서 4332명이 줄어든 2만3천77명으로 가장 많은 수의 감원을 보였다. 삼성중공업은 1만3천974명에서 2077명 감소한 1만1897명, 대우조선해양은 1만3199명에서 1938명이 줄어든 1만1261명을 기록했다. 사별로 최소 2000명 이상 회사를 떠나면서 인건비를 크게 줄였다. 여기에 각종 비용절감 등이 더해지며 실적 개선을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파산 직전에 직면하는 등 고통분담이 이어졌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3사가 올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사진은 울산현대중공업 전경.사진/뉴시스
실적을 뒷받침할 업황 회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4월 말까지 각각 39척(23억달러)과 2척(15억달러)을 신규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7척(7억달러)의 수주를 따내며 청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3사가 보유한 수주 잔량은 모두 1000억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길어야 5년 정도에 그치는 일감으로, 중장기 생존은 향후 수주량에 따라 크게 달라질 처지다. 특히 중국이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추면서 간간히 나오는 물량마저 독식하고 있어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조선 발주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발주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390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 낮춘 2560만CGT로 하향 조정하는 등 향후 업황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이다. 미국발 보호무역의 확대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조선업의 침체는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중소 조선사들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 올 2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중형조선사 2016년도 4분기 동향' 보고서에서 중형조선소 수주액은 2015년과 비교해 72.7% 급감한 3억7000만달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7년 262억1000만달러와 비교했을 때 1.4%에 그치는 수치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12월을 끝으로 아직 한 척의 선박 수주도 못했다. 직원들의 순환휴직 등을 실행하며 자구책을 마련 중이지만 남은 일감도 올 10월이면 마무리돼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1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실직도 우려된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