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 '명품' 보다 '맛집' 경쟁…"맛집 집객 효과 커"

롯데·신세계 등 지역 명물 유치·식품관 리뉴얼 '입맛 잡기' 사활

입력 : 2017-05-03 오후 2:45:58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백화점업계가 식품관 내 '맛집'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백화점 내 먹거리 코너가 왠만한 명품 브랜드보다 고객 집객 효과에 크다는 분석에 따라 '유명 맛집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3사 중 '지역 맛집'을 가장 적극적으로 입점시키며 고객 입맛 잡기에 나서고 있다. 올 1월에는 인천 차이나타운 '3대 짜장면' 맛집 중 한 곳인 '만다복'을 업계 최초로 잠실점에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식품관 경쟁의 후발주자이지만 지역 맛집 유치에서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백화점 3사 중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만큼 지역 연계, 지역 콘텐츠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성심당', '삼진어묵', '옵스' 등 각 지역 명물 맛집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최근 지역 최초 선보이는 국내외 유명 맛집 포함 총 7개의 맛집을 먼저 유치하며 지역 최대 '고메 스트리트'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메 스트리트는 지하 1층 1만247㎡ 공간에 국내외 유명 먹거리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유치하고 오는 9월 그랜드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유치한 식당 가운데는 살바토레쿠오모, 에머이, 아이핫팟 등 부산에서 볼 수 없었던 지역 1호점들이 눈에 띈다. 젊은 층 고객이 많은 부산본점은 SNS 등으로 수도권 맛집에 대한 소구력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전략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이재옥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점장은 "상권 최초 국내외 유명 맛집 유치와 신선한 로컬 푸드 입고를 통해 명실상부한 지역 최고 고메 스트리트 식품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식당가 강화에 나서면서 지역 백화점 간 '맛집 전쟁'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전국 맛집을 한곳에 모았다'는 신세계센텀시티몰 식당가는 지역 백화점 맛집 전쟁에 불을 지폈다. 신세계센텀시티는 식당가 층별 차별화로 다양한 고객층 입맛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백화점 지하 1층은 대중성, 9층은 고급 메뉴 특징을 살리고, 센텀시티몰 4층은 어린이 동반 가족 고객을 고려해 모든 연령대가 좋아하는 캐주얼한 식당을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본점, 센텀시티점의 식품관을 고급화한 후 해당 지점 식품관 고객의 연계구매 1위가 화장품에서 명품의류 및 잡화 등의 고가상품으로 바뀌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미 매출 면에서 '식품관'은 백화점의 효자가 된지 오래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트렌디한 음식점보다는 지역 맛집이나 전통음식점 중심의 노포(老鋪) 개발에 힘쓰고 있다. 고객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아 이들 입맛에 맞춰 죽집, 파주닭국수 등을 잇따라 들이는 것이다. 오는 7월 새롭게 선보일 맛집 3~5곳도 주 고객층을 고려해 선정할 예정이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최근 '명품'대신 '식품'에 공을 들이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구찌' 매장이 있던 알짜 자리에 트랜디한 외식 브랜드로 자리잡은 SPC의 뉴욕 명물 수제버거 쉐이크쉑을 유치한 것이다. AK플라자는 쉐이크쉑, 소이연남 등 맛집 브랜드 7개를 포함해 21개의 F&B브랜드를 신규로 오픈하며 '분당의 부엌'이라는 컨셉으로 오는 27일 식품관 리뉴얼 오픈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식품관을 어떻게 꾸미느냐가 오히려 명품 유치보다 집객 효과를 더 누릴 수 있을 정도"라며 "고객들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수록 다른 품목 매출도 오른다는 분석에 따라 맛집을 들여오기 위한 백화점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지하 2층 매장에서 고객들이 랍스터 요리를 즐기는 모습. 이곳엔 국내외 유명 먹거리를 한 곳에 모은 '고메 스트리트'(4000㎡)가 오는 9월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롯데백화점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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