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1분기 어렵게 흑자 달성한 조선 3사가 이번에는 고질병인 안전사고로 회복 기미에 찬물을 끼얹었다. 해마다 끊이지 않는 인명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 시스템의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분기 실적발표가 채 끝나자마자 지난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비보가 전해졌다. 대형 크레인이 쓰러지면서 현장에 있던 6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는 크레인 운전수와 신호수 간 신호전달 오류로 크레인 장비 일부가 작업자들에게 덮치면서 발생했다. 인재였다. 고용노동부는 거제조선소의 전면 생산 중단 조치를 내렸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11명이 사망하는 등 산업재해 사고가 잦다. '죽음의 사업장'이라는 오명도 떠안아야 했다.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두 차례에 걸친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산재로 2명이 사망하는 등 국내 조선업계 전반에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의 안전사고는 잊힐 만하면 재발하는 고질병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보면 선박 건조 및 수리업의 산업재해 사망 근로자는 2013년 37명, 2014년 37명, 2015년 31명, 2016년 32명 등 최근 4년간 매해 30명을 넘는다. 조선업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한 사망자수의 비율은 지난해 1.39로 전체 업종 평균 0.96보다 1.5배가량 높다.
올 1분기 흑자를 달성한 조선 3사가 산재 사고로 회복 기조에 먹구름이 끼었다. 사진은 지난 1일 6명의 사망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장. 사진/뉴시스
배경에는 조선업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현장 외주화에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조선 3사는 각 사별로 2000~4000명의 인력 감축을 했다. 고강도 구조조정 결과, 3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흑자로 이어졌지만 부족한 인력은 외부에서 끌어오며 안전사고 발생은 잦아졌다는 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특히 삼성중공업 사고 사망자 6명 모두 협력업체 직원으로, '죽음의 외주화'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통계 산출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청 사망자와 원청 사업장 안에 주소지를 두고 생산 작업을 하는 ‘상주 하청업체’의 사망자를 합산해 산출한 사고사망만인율은 조선업계가 0.41로 조사 대상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의 특성상 고위험 작업이 많아 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절실하다"며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에 후진국형 산재까지 더해지면서 조선업의 경쟁력도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