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크레인 붐대가 휴식 중이던 노동자들을 덮치면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입법이 탄력을 얻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참사로 꼽힌다. 사고가 발생한 1일이 노동절이었고 공교롭게 사고 피해자는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위험성이 높은 업무를 도급으로 떼어내는 관행은 하청·협력업체의 사고사망률을 높이는 주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실제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통계 산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업 등 5개 업종의 하청업체 사고사망률은 원청의 8배에 달했다.
이에 국회에서도 유해·위험 업무 도급을 제한하는 법안이 꾸준히 제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경우 유해·위험한 작업으로서 상시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사내하도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의원은 “물량팀 등은 별개로 다루더라도 상시적으로 수용하는 인원을 하청으로 떼어내는 건 제한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지난해 도급 금지 작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에서 유사한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위험 업무 도급 제한은 19대 국회부터 논의됐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원청사업장 내 하청업체(사내하청)에서 산재가 발생할 경우 하청업체의 산재율을 원청업체의 산재보험료율(개별실적요율)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법상 건설업을 제외하고는 원·하청 구분 없이 산재가 발생한 업체만 개별실적요율 할증을 적용받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하청의 산재율을 원청의 산재보험료에 반영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작년에 연구를 진행했다”며 “올해 안에 법 개정안을 내놓는 게 목표지만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해 처리 시점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삼성중공업은 지난 1일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경남 거제시 거제조선소 내 타워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고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