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인상 꿈쩍 않는 추격자들…속내는 '점유율'

농심·삼양 '릴레이 인상'에 오뚜기·팔도 '버티기' 돌입

입력 : 2017-05-08 오후 2:59:14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국내 라면업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가격인상' 카드를 두고 '수익성 사수'와 '점유율 추격'이라는 갈림길에서 셈법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003230)은 최근 라면값 인상을 단행했다. 주력상품인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을 비롯한 12개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이달부터 평균 5.4% 올렸다. 삼양식품의 라면 가격 인상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인건비, 물류비, 수프 재료비 등 원가 상승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며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시장 선두주자인 농심(004370)은 지난해 말 신라면·너구리 등 12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5.5% 올리며 가격인상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다. 당시 농심은 라면가격 인상에 대해 "2011년 11월 마지막 가격조정 이후 누적된 판매관련 비용,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경영비용의 상승분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1위 농심에 이어 3위인 삼양식품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하자 향후 라면 시장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뚜기(007310)와 팔도의 행보도 관심 대상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농심과 삼양식품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인상 카드를 나란히 꺼내든 반면 농심을 추격하려는 2위 오뚜기와 3위로 올라서려는 팔도는 '가격유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뚜기의 경우 2008년 이후 가격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팔도도 2012년 8월 이후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 양사 모두 내부에선 가격인상요인이 누적되온 만큼 인상요인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특히 식품업계 특성상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린 이후 후발주자들이 뒤따라 가격을 일제히 올리는 행보가 관행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에 이같은 대조적 행보는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오뚜기와 팔도 역시 이른 기간 내에 인상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정작 해당기업들은 연내 가격인상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가격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고, 팔도 관계자 역시 "현재로선 가격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오뚜기와 팔도가 당장의 '수익성 개선'보다 '점유율 추격'에 방점을 둔 전략을 꺼내 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라면 시장에서 오뚜기는 농심의 점유율을 50% 아래로 떨어뜨리려는 상황이고 팔도는 업계 3위 자리를 두고 삼양식품과 경쟁 중이다.
 
주목할 점은 오뚜기와 팔도의 이 같은 가격 유지 정책이 실제 시장 점유율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20.5%에서 농심이 가격 인상을 한 지난해에는 23.2%까지 급상승했다. 그러다 지난 3월에는 25%를 넘기며 전체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라면업계 특성상 제품 선택에 대한 소비자 성향이 보수적인 점을 고려하면 오뚜기의 약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이 기간 농심 점유율은 2015년 57.6%에서 가격 인상을 한 작년 53.9%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51.6%로 5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한 가격인상 카드가 점유율 후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시장 성장이 정체되고 신제품의 유행주기도 급격히 짧아진 상황에서 가격 이슈는 업계의 중요한 전략포인트가 되고 있다"며 "향후 점유율 변화 흐름이 주춤해지면 후발주자들의 가격인상 동참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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