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표표히 퇴장…문 대통령 '시스템 통치' 스타트

측근그룹 없는 국정운영 첫 시험…비서실장·수석 역할도 달라질듯…"각자 자리서 주어진 권한만 행사"

입력 : 2017-05-16 오후 3:40:42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연이어 퇴장의 뜻을 밝히고 있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새로운 국가운영 시도에 발맞춘 행보라는 평가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평소 문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은 새 정부 출범 후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달라”,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글을 남기며 속속 칩거하거나 해외로 떠나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평소 ‘양비’라고 부를만큼 친근하게 여기는 인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문 대통령의 정치입문을 이끌었다. 이 전 수석은 1981년 9월 일어난 ‘부림사건’ 피해자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6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좌장을 맡은 부산팀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번 대선 기간 중 양 전 비서관은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으로, 이 전 수석은 별다른 직함없이 문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이들의 퇴장에 따라 청와대에는 이른바 최측근 실세그룹이 사라진 모습이다. 역대 정권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면이다. 역시 측근그룹으로 2선으로 물러난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대통령과 가까웠던 사람들이 부담을 드리지 말자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있었다”며 “그런 마음들이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것이 밑거름이 되어 사람에 의한 측근정치 문제가 사라지고, 시스템에 기초한 국정운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이른바 ‘비문(문재인)’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당 중심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축했었다. 이를 통해 당 내·외에서 제기하는 측근정치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선대위 내 각 본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 선거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선대위 당시 ‘각자의 자리에서, 맡겨진 권한만을 행사한다’는 기조가 집권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조국 민정수석 임명이 그 예다. 조 수석 임명에 대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의 정의·공정·인권 중심 국정철학을 제도와 시스템으로 구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직제 상 비서실장 밑에 있는 전병헌 정무수석·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등이 임 실장보다 나이가 많은 점도 눈에 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서실장이 실권을 행사하거나 몇몇 인사들에 의해 비서실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 병폐를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로 국정운영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임 실장의 역할은 과거처럼 수석들 위에서 군림하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식으로 갈 듯 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 측근·실세그룹이 사실상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윤건영·송인배 전 비서관 등 몇몇을 제외하면 측근으로 불릴만한 인사들이 현 청와대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이 표방하고 있는 내각 중심 국정운영도 점차 체계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론도 나온다. 정권 초기인 만큼 문 대통령의 의중과, 청와대 운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주변 인사들이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들은 있어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측근그룹이 사라진 것이라는 해석은 과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위의 시선은 물론이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청와대를 일시적으로 멀리 한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인사는 내년 지방선거 준비 등을 위한 숨고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당직자도 “문재인 정부는 ▲지금부터 내년 지방선거 전 ▲이후부터 2020년 총선 전 ▲이후부터 대선 전까지 세 번의 구분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1기에서 탕평인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에 굳이 지금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새로운 세력들의 청와대 주도권 싸움 분위기도 포착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로 당 선대위 운영 과정에서 새로 부상한 인사들의 힘겨루기를 이유로 꼽는 사람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관저를 나와 여민관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영훈 경호실장, 문 대통령, 송인배 전 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임종석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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