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친문(문재인) 핵심인사들이 잇따라 전면에서 물러나거나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있다. 개국공신 스스로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 대통령의 향후 ‘대탕평 인사’와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위 ‘3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의 일원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16일 새벽 지인들에게 “그 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 제 역할을 딱 여기까지”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그 분 곁에 늘 함께 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 그 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다”며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내겠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그는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3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 비선도 없다”고 강조했다. 양 전 비서관은 조만간 출국해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체류시 행여 제기될 수 있는 ‘비선실세’ 논란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양 전 부실장은 문 대통령이 ‘양비(양 비서관)’라고 격의없이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특히 그는 지난 2011년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을 기획해,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던 문 대통령의 정계입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2년 대선과 지난 대선에서도 맹활약했고, 대선 승리 후에는 청와대 홍보·인사·정무수석, 총무비서관 등 요직에 거론됐다.
양 전 비서관의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관저로 그를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양 전 비서관은 2선 후퇴 의지를 강하게 밝혔고, 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3철’ 중 한 명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 취임날인 10일 아예 해외로 나갔다. 이 전 수석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권교체는 이루어졌고 제가 할일을 다한 듯하다”며 “마침내 저도 자유를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제가 존경하는 노변(노무현 변호사), 문변(문재인 변호사) 두 분이 대통령이 됐다. 살아오면서 이만한 명예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벗들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3철 중 전해철 민주당 최고위원만 남게 된 셈이지만 전 최고위원도 청와대와는 거리를 두고 국회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참모그룹 출신으로 대선 선거전략 기획 등 핵심 실무진으로 활약한 소문상 전 정무비서관도 생업으로 복귀했다. 소 전 비서관은 “시작할 때부터 제 유일한 소망은 문재인 정부의 시민이 되는 것”이라며 ‘어용시민’, ‘자원봉사자’를 자처했다.
이들 최측근 인사들의 결단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비선이나 패권주의 논란에 시달리지 않도록 ‘아름다운 퇴장’으로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문재인 정부 중·후반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경우, 이들이 다시 구원투수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좌)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가운데)이 담소를 나누며 웃고 있는 모습이다. 제공/양정철 전 비서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