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경기도 부천시와
신세계(004170)의 '상동 영상문화 단지' 토지매매 계약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부천시가 공들였던 사업 추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부천시와 신세계에 따르면 양측은 당초 지난 12일 체결키로 했던 토지 매매계약을 신세계 측 요청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이번이 벌써 4번째다.
또 다시 계약이 연기되자 부천시는 즉각 신세계에 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부천시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전체 사업비 2300억 원의 5%인 115억 원가량의 위약금도 청구할 뜻을 신세계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신세계가 토지매매 계약을 연기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부천시가 신세계와의 사업 계약을 포기하고 사업자 재선정을 위한 절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절차가 재차 이뤄진다고 해도 최소 수 개월의 시간이 다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를 대신할 사업자가 나타난다는 것도 장담할 수 없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9월 부천 출점 우선 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이듬해 8월 지역 소상공인 등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해 12월 당초 복합 쇼핑몰 건립 계획에서 트레이더스·쇼핑몰·호텔은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 또 한 차례 부천시와의 계약이 연기되며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부천시로선 이번 사업 무산 시 ▲부지 매도에 따른 지자체 수익 ▲약 5000명의 지역민 고용 ▲영상문화사업단지(38만2743㎡·11만5700여평)와 클러스터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생산유발효과 1조300억원) ▲인구 유입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눈 앞에서 놓치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 역시 사업 무산시 위약금 등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이는 향후 신세계의 공격적인 아웃렛 출점 과정에서 지자체와 신뢰도를 형성하는데 적잖은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골목상권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자칫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순기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복합쇼핑몰 영업 및 입지제한 등 추가 규제가 지역사회간 갈등을 키우는 역효과만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를 둘러싼 부천시와 인천 부평구간 갈등이 단적인 예다. 실제 부평구에 있는 소상공인들은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출점 저지를 위한 반발이 거세다. 여기에 인천시가 화장장 이용을 막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면서 부천시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관련 법안은 대형 쇼핑몰 건립 시 쇼핑몰이 들어설 지자체 외에도 상권 영향을 받는 인근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부천 신세계쇼핑몰 건립을 위해서는 부천시와 갈등이 격화된 인천 부평구의 동의가 필요해 결정적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부평구 소상공인들은 유통법의 국회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현재 부천시측은 토지매매 계약이 먼저 이뤄진 이후, 인천지역 상인들이 부천과 신세계, 부평구 등이 참여하는 5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토지매매 계약을 연기한 신세계에 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있는만큼 아직까진 사업자 재선정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입점이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유통업계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인 5년간 복합쇼핑몰 신규 출점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하반기 경기도 고양 원흥 지역에 1만6500㎡(5000평) 규모의 아웃렛을, 2018년까지 6만6100㎡(2만평) 규모로 용인·의왕 등에도 추가로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도 상반기 중 서울 장지동에 3만1000㎡(9400평) 규모의 도심형 아웃렛 오픈을 시작으로 2019년 프리미엄 아웃렛 남양주점 5만9500㎡(1만8000평), 현대시티아웃렛 동탄점 2만9700㎡(9000평) 등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지역사회의 요구와 '골목상권 보호'를 천명한 새 정부에 대한 눈치를 모두 봐야하는 분위기"라며 "부천시의 경우 지역갈등까지 번진만큼 정부가 제3자의 입장에서 중재자적 역할이 절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사업자 선정 초기 계획했던 부천영상문화단지 조감도. 사진/부천시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