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건물 일부를 임차해 사용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건물 전체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임차인의 책임을 임대인이 증명하지 못했다면 임차인에게 임차 부분을 넘어 건물 전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웝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임차인에게 임차 부분 이외의 건물 부분이 불에 타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기존 대법원 판례는 폐기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8일 임대인 김모씨가 임차인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씨(임차인)는 2008년 5월27일 김씨(임대인) 소유의 2층짜리 건물 1층 중 495m²(150평)를 임차해 골프용품 보관·판매를 위한 매장으로 사용했다. 2009년 10월9일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임차목적물 이외의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탔다. 박씨는 화재 발생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용품 매장을 이전했다. 김씨는 화재 책임이 박씨에게 있다며 4억9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박씨가 임대차계약에 따라 점유·사용하던 부분, 즉 박씨의 위험영역 내에서 화재가 일어났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건물주인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화재는 임차목적물에서 발생했으므로 박씨는 임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이 부족한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임차한 부분을 넘어 구조상 불가분 관계에 있는 건물 전체에 발생한 손해까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임차한 해당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종전 판례가 유지됐다. 임차 목적물에서 불이 나 반환의무를 이행하지 못 한 채 임차인이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증명하지 못 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차한 범위를 넘는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판례가 바뀌었다. 임차인의 잘못을 임대인이 증명하는 등 경우에만 임차 외 건물에 대한 손해를 임차인에게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밝혀졌으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원인으로 불이 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임차인인 박씨가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박씨의 계약상 의무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이 없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건물 전체의 소유자로서 해당 임차 건물 부분 이외의 다른 건물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도 보유하고 있는 임대인으로 하여금 화재 발생과 확대를 막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게 되고, 소송보다는 건물 전체에 대한 임대인의 보험가입을 통해 위험에 대비하고 그 보험료를 차임 등으로 분산시킬수 있게 될 것”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