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인수위원회가 25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기구인 ‘광화문 1번가’를 설치하고 개소식을 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종로 공원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컨테이너가 줄지어 설치됐다.
‘광화문 1번가’는 시민들이 정책을 제안하면 이를 접수해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 문 대통령의 오프라인 소통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개소식에는 국정기획자문위 김진표 위원장, 김태년 부위원장, 박광온 대변인과 청와대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고민정 부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국민대변인 역할을 할 소통위원 가운데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소장도 행사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화문 1번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문 대통령이 국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만든 온·오프라인 소통창구”라며 “촛불명예혁명을 만들어낸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좋은 정책을 비싼 값으로 사들이기 위한 창구”라고 말했다. 하 수석도 “광화문은 촛불혁명이 꽤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이라며 “이 자리에 ‘광화문 1번가’가 들어선 것은 문재인 정부는 집권 끝까지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과 하 수석, 고 부대변인 등은 개소식이 끝난 후 직접 국민을 만나 정책 제안을 받는 ‘제안1번지’라는 컨테이너에 앉아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미리 순번을 배정받은 시민들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이들에게 억울함을 토론했다. 일부 시민은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의 불만을 성토하며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침착한 태도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하 수석도 입가에 미소를 띠며 시민들의 정책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국민들이 제안한 정책은 다양했다. 동물 정책 1호법안으로 “개고기 없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정책을 제안한 시민도 있었고, 사법시험 존치, 개성공단 재가동, 회사 측의 노조 탄압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 등의 정책도 들어왔다. 홍서윤 소통위원에게 정책을 제안한 한 시민은 “광화문 1번가는 너무 좋은 제도”라며 “대한민국이 이제는 점점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광화문 1번가’ 개소식에서 시민의 정책 제안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소식 현장에서 ‘대통령의 서재’로 쓰이게 될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고 부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이 읽었으면 하는 책,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면, 이곳에 책을 가져와 채워주시면 된다”며 ‘대통령의 서재’ 공간을 설명했다.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책꽂이에 놓으면, 인수위 관계자들이 책에 강조된 글귀와 메모 등을 요약·정리해 대통령에 전달하게 된다.
김 위원장도 이날 ‘미래의 속도’라는 책을 들고 나왔다. 그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전문적인 내용이라 피부에 와닿지 않는데, 이 책은 애널리스트들이 현장에서 느낀 변화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라며 “국민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국정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광화문 1번가’는 7월12일까지 50일 동안 운영된다. 매주 화~일요일에 운영되며 이곳에서 수집된 정책과 건의사항 등은 모두 정리돼 문 대통령에 보고되고, 추후에 직접 관련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인수위 역할과 관련해 “정책 제안을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쌓여 있는 불공정요소에 대한 신고도 받아 제도 개선에 이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온라인 사이트도 개설한 ‘광화문 1번가’는 ‘문재인 1번가’를 연상하게 한다. ‘문재인 1번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책 쇼핑몰이란 콘셉트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선보인 사이트다. 온라인에서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광화문 1번가’ 홈페이지에서 정책 제안을 받는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마련된 ‘광화문 1번가’에서 시민들이 각종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