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의 서증(문서증거) 조사 관련해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재판부는 중재에 나서면서도 당장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해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의 이전 법정 진술을 공개하는 서증 조사를 하는 것과 관련해 조사 시기와 내용 등에 대해 거듭 이의를 제기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재판 진행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내놓으면서 서증 조사는 재판 시작 후 50분 가까이 미뤄졌다.
검찰 서증 조사 도중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와 이상철 변호사는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진술만 밝히고 있다"고 반발했고 검찰은 "검찰 주장이라고 하는데 이 내용은 증인들이 법정에서 한 진술"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증거 조사라는 것은 유불리를 떠나 모두 낭독하는 게 원칙이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도 있다"고 강조했다.
공방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검찰 입장 관련된 진술 말고 반대되는 말 밝힌 게 뭐가 있는지 말해달라. 검사 말에 어폐가 있다"며 "헌법에 규정된 것처럼 피고인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재판은 시간에 쫓기며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지적하는 부분 잘 알겠다. 검찰 서증 조사 후 나중에 변호인 측도 따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중재하고 나섰다. 애초 박 전 대통령 측은 서증 조사 종료 후 따로 반대 의견을 내겠다고 했지만, 이날은 검찰 서증 조사 일부분이 끝나면 곧바로 반대 의견을 내겠다고 번복했다. 결국, 3차 공판이 열리는 29일 반대 의견을 어떻게 낼지 정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조사 시작 직전에도 "공소사실 인부가 이뤄진 뒤 증거 신청 후 증거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따라서 서증 조사를 지금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재판부에 이의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 조사할 수 있다. 이 사건은 방대해 인부 심리 계획서를 다 짠 뒤 증거 조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기각했다.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 측은 다음 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과 관련해 "이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재판 등에 출석해 증언했던 사람을 신문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르더라도 천천히 기일 잡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여유가 없었고 출석 가능한 증인 확보가 어려워 가능한 사람을 알아보다가 선정한 것"이라며 "다음부터는 양측 의견을반영해서 증인 신문 계획을 짜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