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 인수합병(M&A) 중개·자문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해외 투자은행(IB)과 대형 회계법인에 밀려 실적이 미미했지만, 기업 구조재편과 정부 규제완화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기회 확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의 연간 거래규모는 2011년 266억달러, 2012년 322억달러, 2013년 465억달러, 2014년 703억달러에서 2015년 83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처럼 M&A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금융투자업의 주요한 비즈니스 중 하나인 M&A 중개 업무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M&A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활약은 저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국내 M&A 시장 점유율 상위 5위권에 속한 국내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1위는 4조8000억원의 실적을 낸 크레디트 스위스(26.5%)가 차지했고, EY한영(20.5%), 모간스탠리(13.6%),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6.2%), 골드만삭스(6.0%) 등 해외 IB와 대형 회계법인이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NH투자증권(005940)이 14위로 뒤를 이었고, 2015년 연간 기준으로도 10위권내에는
삼성증권(016360)(4.9%)이 유일했다.
국내 M&A 중개·자문 업무는 특수성으로 인해 일부 대형 증권사만 참여하는 시장이다. 더욱이 해외 IB와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딜이 이뤄지면서 증권사의 주요 비즈니스로는 활용되지 못했다. 해외 IB는 국내기업이 연계한 대형 크로스보더 딜(국경간 거래), 대형 회계법인은 중소형·구조조정 딜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중개 건당 거래규모(2015년 기준)는 평균 해외 IB 4조6000억원, 국내 증권사 1조9000억원, 회계법인 7000억원 선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구조적 변화는 국내 증권사들에게 기회의 문을 확대하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초대형 IB는 스스로 IB 경쟁력을 갖추고, 관련 업무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 포지셔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본격적으로 자기자본을 활용한 기업금융이 허용되면 국내기업의 크로스보더 딜 중개·자문업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거래를 늘릴 법률상의 기회도 뒷받침되고 있다. 작년 2월 원샷법이라 불리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부실사업 매각과 자회사 M&A를 목적으로 하는 M&A 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 금융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사업자만 M&A 중개 업무를 주선하거나 대리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여서 국내 증권사들의 파이는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업권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개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