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정부 지원금 삭감 관련 보고서를 정책 시행 전 미리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신모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정부 지원금 50% 삭감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이메일로 서면 보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당시 기억을 다시 확인하니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신 행정관은 "보고서 파일이 업무용 PC 안에 있었다"며 "지금은 대통령기록물관리실로 이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보고 날짜에 대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 규모가 결정될 때인 2015년 봄이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특검에서 "문체부에서 청와대에 부산국제영화제 50% 삭감 보고서가 보고된 날짜는 2015년 3월3일이고 2015년 8억원 예산이 확정된 날짜는 그해 4월20일"이라고 말하자 "(예산안이) 결정되기 이전"이라고 말했다.
또 신 행정관은 특검 측이 이 삭감 관련 보고서를 김 전 실장에게도 보냈느냐고 묻자 "통상적으로 대통령에게 주는 보고서는 비서실장실에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전달됐을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이 다이빙벨 관련 직접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 다이빙벨 관련 정보보고가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 행정관은 "처음에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교육문화체육비서관이 50% 삭감이 아닌 전액 삭감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라 했다. 저는 반대했지만 전액 삭감안으로 2014년 11월말에서 12월초 정도에 보고됐다"며 "이후 문체부 내 의견에 따라 50% 삭감으로 정리가 됐다. 당시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서 올린 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정부로부터 평균 15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던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문제를 다룬 '다이빙벨'을 상영한 뒤 2015년 8억원, 지난해 9억5000만원, 올해 7억6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예산이 감축됐다.
김기춘(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