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이마트(139480)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대해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브랜드'의 골목상권 침투에 대한 명분을 중진공에서 제공했다는 섭섭함 때문이다.
30일 이마트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노브랜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노브랜드의 중소기업 생산비중을 지난해 60%에서 70%로 확대한다. 또 노브랜드 상품으로 연간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중소기업 숫자도 지난해 20곳에서 올해 39곳까지 늘린다. 노브랜드를 통해 지난해 8곳에 불과했던 수출 중소기업 수도 15곳까지 늘리고 수출 규모도 1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던 일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환영 할만한 일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의 일환으로 업무협약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우수한 물품과 생산기업을 발굴하고 수요처를 확보해주는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슈퍼마켓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건전지와 물티슈, 감자칩 등 동네 수퍼에서 주로 팔리는 제품이다. 수퍼조합연합회 측은 노브랜드 제품이 시중보다 60~70%가량 저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마트가 현재 28개의 노브랜드 전문샵을 오는 2020년까지 100여개까지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브랜드 확장을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전국이 노브랜드화 되는 것은 아닌지 골목상권과 전국의 영세상인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마트가 몇몇의 중소기업을 도와서 이들과 상생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한 수혜를 입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며 "그에 반해 노브랜드로 인한 골목상권의 죽음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역시 "소상공인이 힘들어하는 와중에 중진공과 이마트의 업무협약은 불합리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이번 협약은 소비자와 여론을 호도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상생이 중요시되는 시대흐름을 비껴가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 정도의 중소기업과 상생은 다른 대형마트도 어느정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유통대기업은 생업을 위해 매달리는 골목상권 상인들의 시장에 들어올 것이 아니라 해외로 나가 국위선양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수퍼마켓조합은 줄곧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있다. 이들에 따르면 1993년 전국적으로 15만개에 달했던 동네수퍼는 작년말 기준 4만5000여개까지 줄었다.
중소기업계의 한 연구원은 "중소기업계의 범위가 워낙 넓어 영역마다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대형마트가 중소기업과 상생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연구원은 "동일한 시장을 놓고 소비자를 분할해야하기 때문에 유통부문에서 상생이 어려운 것은 맞다"면서 "PB로 인해 사회적으로 플러스, 마이너스가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유통업이 무너졌을 때 사회적 비용도 따져봐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