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제 소설로 우리 사회 도덕성 회복되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입력 : 2017-05-31 오전 10:00:56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약육강식은 법칙이 될 수 없습니다. 그건 동물들에게 통용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만물을 사랑할 가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한 자가 쓰러져 있을 때 일으켜 세우고 목적지까지 함께 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제 소설 속에는 그런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소설가 이외수가 여덟 번째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냈다. 2005년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의 신작이다. 올해로 문학인생 43년을 맞은 그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소설이 인간다운 삶에 관한 내용임을 강조하며 “우리사회의 원칙이 되살아나고 도덕성이 회복 되는데 기여하길 바랬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서른 살 청년 정동언이 식물의 제보로 정의를 구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꽃집 주인 한세은, 식물들과의 염사를 도와주는 백량금, 예리한 분석력을 지닌 친구이자 검사 박태빈,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노정건 등과 함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꾸려가며 억울한 사람들의 앙갚음을 대신해준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이득을 챙긴 대학 교수, 사실을 왜곡·은폐한 기사를 실어온 언론을 응징 대상으로 삼는 부분에선 거울처럼 우리 사회가 비춰진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창고의 쥐들이 식구들이 먹을 것보다 더 많은 쌀을 먹은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들 방부제가 돼야 할 이들이 세상을 빨리 썩어 문드러지게 만드는 부패촉진제 같은 역할을 해온 것이죠. 거기에 대표되는 존재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켜서 응징했습니다.”
 
다만 작가는 소설 속 다른 인물들은 실제 인물을 구체화한 대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상징화 된 인물일 뿐 그들을 보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 독자들의 몫”이라며 “누군가를 규명해서 모델로 쓴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장편 집필은 위암과 폐 기흉, 유방암 등 병마와 싸우느라 늦어졌다. 항암치료와 수술을 거치면서 몸을 돌보는데 우선 신경을 써야 했다. 완치 판정을 받고 나서야 지난해 9월부터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다. 그는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완치 후 작품 집필 중에는 문제가 없었다. 건강 관리를 위해 휴식도 많이 취하고 ‘포켓몬 고’도 열심히 하며 많이 걸었다”고 말했다.
 
이번 장편은 종이 단행본으로 엮여 나왔지만 이미 올해 초부터 온라인상에서 연재됐다. 지난 2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카카오페이지 채널에 80회 분량으로 실렸다. 현재까지 총 40만의 누적 독자가 모였다.
 
“사실 책을 너무 안 읽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점만이 시장인가라고 생각을 했고요. 다른 방식으로도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웹진에다가 연재를 해봤습니다.”
 
평소 정치권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해온 만큼 간담회에선 관련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작가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말 공개된 ‘사법부 간부 사찰’ 문건에 이름이 올랐음을 시인했다. 이어 “평소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며 “당시 활동이 축소되거나 생활고로 쌀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고역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반대로 새 정부와 관련해서는 “그런 일(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나라 전체에 사랑이 흘러 넘치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부보다는 국민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정부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소설가 이외수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해냄 출판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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