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새 정부 출범으로 국정공백의 혼란을 종식하고, 추경 편성 등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업들의 경기 기대 수준이 여전히 기준점 이하인 데다, 산업생산도 급감하는 등 방향성은 확실히 정해지지 못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1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를 실시한 결과, 6월 전망치가 99.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 달 전에 비해 7.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5월(102.3)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경연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대내 불확실성 해소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준점을 여전히 하회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호조로 돌아서지는 못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다음달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과 반도체 등 일부 IT 제품에 편중된 수출 현황,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경기 회복에 대한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들의 5월 실적치 역시 4월에 비해 올랐으나 25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부문별로는 대부분의 항목이 부진한 가운데 수출(96.5), 투자(98.6), 자금사정(98.8), 재고(101.9), 채산성(99.1)은 전월에 비해 상승했고 내수(97.7)와 고용(98.4)은 하락했다.
수출은 경기 개선의 일등공신이지만 쏠림현상의 심화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한경연은 지난 4월 총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2% 늘었으나 상위 3대 주력 품목의 증가율이 58.4%를 기록, 10.5%에 그친 기타 품목의 증가율을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통계청도 지난달 전산업생산이 한 달 전보다 1.0% 감소해 전년 1월(-1.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품목 생산이 줄면서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2.2% 급감하면서 전체 산업생산이 줄었다. 투자도 주춤했다. 기계류(-5.0%) 및 운송장비(-1.4%) 투자가 줄면서 설비투자가 4.0% 감소했고, 건설기성도 4.3% 줄었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와 차량들. 사진/뉴시스
수출기업의 체감경기는 호조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3313개 법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5월 BSI에서 수출기업의 체감경기가 2012년 6월(88)이후 4년11개월 만에 최고치인 88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상승세가 이어졌다. 다만, 전체 제조업 BSI는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한 82를 기록했다. 내수기업의 BSI(78)가 3포인트 떨어진 영향이다. 최덕재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5월에는 징검다리 연휴로 인한 영업일 감소와 단기 급등에 따라 (내수기업의 체감경기가) 일시적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전자·영상·통신장비(98)가 5포인트 올랐다. 1차금속(75)은 13포인트 급락했다. 중국 저가품과 경쟁이 심화된 결과다. 서비스업을 포함한 비제조업 BSI는 79로 5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부동산·임대업과 출판·영상·정보서비스가 각각 7포인트, 4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다음달 제조업과 비제조업 BSI가 각각 84, 80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98.6으로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