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시 외국 투기자본 이사회 장악"

상의 이어 전경련도 반대 입장…핵심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입력 : 2017-02-14 오후 3:19:29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을 도입할 경우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기자본의 이사회 장악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 도입 시 이사회 구성 주요 기업의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펴내고 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에 따르면,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10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4곳은 이사 선임에 있어 외국기관이 연합할 경우 이들이 선호하는 이사 1명을 무조건 선임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있었던 KT&G 사태의 재연도 우려된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당시 미국 헤지펀드 칼 아이칸은 다른 헤지펀드와 연합해 KT&G 주식 6.6%를 매입한 뒤 선호 사외이사 1명을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이후 칼 아이칸은 KT&G에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 제출 등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8000억원 수준의 비용을 투입했고, 칼 아이칸은 주식매각 차익 1358억원과 배당금 124억원 등 총 1482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최근 헤지펀드들은 대상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 지분만을 확보하고 자기 사람 1~2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키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해 주가를 상승, 차익을 취득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한경연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10대기업 중 6곳은 헤지펀드가 감사위원회를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기아차·SK이노베이션·현대모비스 등은 외국계 투자기관이 연합하면 그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모두 선임할 수 있다"며 "감사위원 선출 등 의결권 대결에 있어 현실적으로 대주주 등 국내 투자자들은 3% 의결권 제한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가 기업 편에 서도 외국계의 감사위원회 독식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국회를 찾아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전달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6개 항목을 독소조항으로 지목하고, 기업들을 '테이블 데스'(수술중 환자사망) 상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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