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국방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보고누락을 둘러싼 논란이 정부의 국방개혁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군 인사문제와 방산비리 척결 등 그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6일 “사드 (도입) 의사결정 과정이나 보고누락이 국방분야 개혁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보고누락 논란 초기부터 이같은 관측은 정치권에서 제기되어 왔다.
청와대가 사건 초기부터 국방부의 보고 누락에 초점을 맞춘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논란이 커지는 것에 미국 측이 불만을 제기해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전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제임스 실링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을 면담하고 “사드 배치 관련 재검토과정은 국익과 안보에 대한 최우선적 고려 하에, 한미동맹의 기본 정신에 입각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새 정부가 사드 체계 배치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같이 미국 측이 제기하는 의구심을 달래는 대신, 내부에서 진행했어야 할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했던 점 등을 명분으로 군 개혁 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사실을 보고서에서 빼라고 지시한 당사자로 지목된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된 것도 이와 연관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위 실장은 현역 육군 중장으로, 통상 육군 정책연구관은 전역을 앞둔 장성이 가는 직위로 알려졌다.
각종 인선에서도 청와대의 이같은 의지는 나타난다. 국방개혁 업무를 수행하게 될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복무 시 군내 비주류로 분류되어 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핵문제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것과 함께 이같은 이력도 감안된 인선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국방비서관실을 국방개혁비서관실로 바꾸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 예비역 육군대장이 자리에 올랐던 국방장관에 해군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현행 육군 중심 군 체제를 개선하는 국방개혁 기조와 맞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개혁의 핵심인 방위산업 비리 척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되는 중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이용민 연구위원은 전날 발표한 ‘방위산업 선진화의 길 - 방산비리 척결’ 보고서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가칭)방산비리조사위원회를 설치, 국방부처와 독립적인 입장에서 방산비리 조사·분석을 실시토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방위사업 전 단계에 대한 비리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포함하는 (가칭)방위사업비리방지법 제정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사드 보고누락 논란과 국방개혁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 간사로 있는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사드 때문에 원래 안하기로 한 국방개혁을 하기로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국방개혁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비공개 국방부 업무보고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