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여야의 상임위원 인선 작업은 여전히 제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을 후보로 올렸지만 최고위원회에서 보류됐다. 이후 다시 원점에서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떠난지 오래인 데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의 천거가 오히려 부메랑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7일 "현재 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찾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고삼석 위원장 직무대행 후임으로 지난달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를 추천했지만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당 안팎의 반발에 부딪혔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고 교수를 후보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이 아니다"며 "문제로 제기된 것들에 대해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사실 확인을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지난해까지 KNN 사외이사를 지낸 점이 방통위 설치법상 결격 사유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김석진 위원은 지난 3월 연임이 결정됐다.
김용수 미래부 제2차관이 정보통신정책실장이던 지난해 5월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기 3년인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2명(위원장 1명·위원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또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각각 추천한다. 고 위원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오는 8일로 만료되고, 무리수로 지목됐던 김용수 위원이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으로 임명되면서 김석진 위원 1명만 남게 됐다. 방통위는 이날 제20차 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김 위원이 미래부로 옮기면서 위원회도 연기했다.
김 차관의 미래부행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의 한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차관은 미래부 정보통신정책실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4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으로 방통위로 자리를 옮겼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정보방송통신비서관을 지내는 등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대통령 임명 몫이었던 김 차관을 방통위 상임위원에서 빼면서 여당 몫 1명과 대통령 몫 2명까지 포함해 여3, 야2의 구도를 되찾게 됐다.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6일 "방통위 상임위원은 3년의 임기가 보장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차관급 인사를 낸 것은 전 정권 인사를 빼내고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언론장악 꼼수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