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환자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해 "심장이 언제 멎을지 모른다"며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9일 열린 본인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은 이같이 밝혔다.
파란색 줄무늬 옷차림으로 출석한 김 전 실장은 '치료 같은 것을 받고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약을 먹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며 "심장은 뛰고 있는 동안에 특별한 이상은 없지만, 가끔 흉통이 있고 언제 어느 순간에 이 놈(심장)이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번 밖에 나가서 검사했지만, 그 뒤로는 (교도소 측에서) 저를 안 데려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환자 복장에 대해 "사복을 입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늘 입었는데 갈아입을 기력이 없었다"며 "바지 입다가 쓰러지고 너무 불편해서 오늘은 환자복 그대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고령이고 지병인 심장병 등이 악화돼 건강이 좋지 않다며 보석을 청구했으며, 수감 이후 안양 소재 병원에서 한 차례 정밀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진행된 재판에서 피고인석 의자에 거의 기대고 누워 있다시피 하며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특검팀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2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