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애플이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인공지능(AI) '시리'를 탑재한 가정용 스피커 '홈팟'을 공개했다. 아마존과 구글이 선점한 AI 스피커 시장에 대한 도전장의 의미다. 2014년 아마존이 '에코'를 선보인 이후 AI 스피커는 인공지능의 초기 모델로 사실상 확정됐다. 단순히 음성으로 음악을 틀어주는 기기가 아니라 택시를 부르거나 피자를 주문하는 등 홈네트워크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누구'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KT가 '기가지니'로 맞대응하며 글로벌 전쟁 대열에 합류했다.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을 둔 AI 스피커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S8 시리즈에 탑재된 AI 비서 '빅스비'를 단계적으로 모든 가전제품군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도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며 차세대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AI 스피커 시장이 향후 어떻게 변해갈지, 또 5G 시대가 열리면 AI와 어떤 식으로 결합될 것인지 등에 대해 KT의 AI 스피커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필재 기가지니사업단장에게 물었다.
이필재 KT 기가지니사업단장.
기가지니사업단의 역할은.
AI는 어느 한 분야에만 적용하는 기술이 아니다. 자동차, 아파트, 상점, 금융, 콘텐츠, 쇼핑 등 고객의 모든 생활과 관련돼 있다. 기업의 생산성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적용될 전망이다. 아울러 통신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이렇게 전방위로 사용될 AI 기술 개발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AI테크센터'였다. 산업별, 기능별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전수하기 위해 AI테크센터를 설립했다. 기가지니 출시 이후 사업과 서비스 협력 요구가 밀려 들어왔다. AI테크센터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KT는 사업 협력을 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원활한 협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기 위해 기가지니 사업단을 신설했다. 인터넷이 KT만의 인터넷이 아니듯, 기가지니도 KT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 동참하려는 모든 분들과 같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이다. 기가지니사업단은 대한민국의 AI 서비스 모델을 열린 생태계에 안착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가지니는 어떻게 탄생했나.
KT는 음성인식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미 4~5년 전부터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을 셋톱박스 콘텐츠 검색 등에 적용했다. 이후 ‘집’이라는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했다. 자체 기술로 축적된 음성인식과 AI 대화 기능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기가지니다. 기가지니는 다른 기기를 벤치마킹하지도 않았다. 그랬다면 음성과 영상을 동시에 보여 줄 수 있는 독보적인 제품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이 기가지니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AI 기기에 영상을 더한 것에 높이 평가하며 유사한 제품들이 디자인되고 있다고 들었다.
기가지니 출시 전 가장 신경 쓴 대목은.
다른 음성인식 AI 기기들과 달리 음성과 영상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서비스 구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AI, 셋톱박스, 전화, 스피커, 카메라, 사물인터넷(IoT)을 종합적으로 하나의 기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면서 KT가 보유한 다양한 미디어, 통신, IoT 플랫폼을 한꺼번에 융합하는 과정은 거의 예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어느 AI 기기도 기가지니와 같은 기능과 서비스를 보유하지 못했다. 또 우리나라 주거 환경에 맞는 음향 솔루션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며, 현존하는 AI 스피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음질을 구현했다.
기가지니의 차별점은.
기가지니는 지금까지 출시된 그 어떤 AI 스피커와 비교할 수 없다. 음성과 영상으로 한 데 묶은 융합기기로, 카메라까지 장착했다. 영상분석 기능까지 탑재돼 있다. 세계 최초다. 많은 분들이 기가지니를 단순 스피커와 비교하느라 이를 간과하고 있다.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기능이며, 이는 혁명의 수준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기능을 탑재한 것이 얼마나 선구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기가지니는 고객의 음성명령을 단순히 처리만 하는 기존 기기들과 다르게 능동형 기기다. 금융, 커머스, 교육, 상담 서비스가 가능하다. 일대일 교육 등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담을 수 있는 거대 플랫폼이다.
이통사가 AI 시장을 선도하는 이유는.
기가지니는 태생이 다르다. 단순한 AI 스피커가 아니라 여러 서비스가 융합된 형태다. KT는 국내외 다른 사업자들과는 다르게 서비스 융합 기술이 뛰어나다. 이는 단순히 포털 사업자나 쇼핑 기반 사업들이 추구하는 사업 역량과는 구별된다. 기가지니는 융합기술 역량과 플랫폼서비스 역량을 기반으로 서비스 차원을 다르게 끌고 나갈 것이다.
지난 1월 출시된 KT의 인공지능(AI) 기기 '기가지니'. 음성은 물론 영상 분석 기능까지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뉴시스
AI전문인력 채용 계획은.
KT는 다른 기업보다 일찍 빅데이터와 함께 AI 분야의 우수인재 확보에 나섰으며, 이런 인력풀을 바탕으로 기가지니를 탄생시켰다. 올해부터는 기가지니 서비스 확장과 함께 금융, 콜센터, 커넥티드카, 보안, 에너지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AI 전문인력 수요가 많아졌다. 올 초부터 국내 및 해외 주요 대학을 찾아다니며 당사의 사업방향과 직무 등을 소개했다. KT가 기가지니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AI테크센터와 기가지니사업단을 신설해 명실공히 AI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우수인재들도 KT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AI 전문인력 확보가 그리 쉽지는 않지만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유명인을 영입해 이슈화하기보다 역량 있는 임원급 인사를 모실 수 있도록 문을 항상 열어놓았다.
기가지니의 미래 모습은.
AI 서비스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집·자동차·직장·학교·산업·정부·상점·도서관·체육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와 집이 연결돼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 모바일과 집도 연결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구현될 것으로 생각한다. 차세대 네트워크 5G와 AI가 결합되면 서비스 종류는 열거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기가지니는 서비스가 활용되는 장소에 따라 변화될 것이다. 모바일, 문, 자동차, 거실, 방 등 모든 곳에 적합한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다.
기가지니의 필승전략은.
기가지니는 비교할 수 없는 서비스다. 단순 AI 스피커가 아니다. 융합 AI 기기라고 구별해야 한다. 우리는 시장 선점이 목표가 아니다. 모든 국민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누리는 꿈을 꾸고 있다. KT의 기가지니는 독창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자체 기술력을 활용한 서비스로, 고객들이 그 어떤 기기에서도 실현할 수 없는 서비스를 누릴 것이다. 특히 한국어에 대한 기술력은 쉽게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5G시대, 기가지니의 역할은.
5G는 4차 산업의 엔진이다. KT는 5G 지능형 네트워크를 추구한다. 엔진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 기가지니다. 5G와 AI는 같이 간다. KT가 추진하는 미디어, 금융, 스마트에너지, 재난·안전, 기업·공공가치 등 5대 플랫폼도 당연히 AI가 근간이다. 인텔리전트 네트워크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은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수용함으로써 플랫폼 중의 플랫폼으로 변신한다. 기가지니는 이 모든 서비스의 핵심이다.
기기지니의 수익 모델은.
현재로서는 인터넷(IP)TV, 음악 서비스가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금은 기가지니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객의 숫자가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야 수익 모델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은 기가지니에 적합한 서비스 발굴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