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직접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고, 야당에 통과 협조를 당부했다. 현직 대통령이 추경안 통과를 독려하기 위해 시정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고용상황에 대한 우려와 일자리 추경 편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절실함이 연설에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추경안 시정연설을 통해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해가며 청년 실업, 양극화 지표 등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실업 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이번에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함으로써 일자리 11만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소방관과 사회복지 공무원, 근로감독관, 경찰관, 집배원 등 국민의 안전과 민생과 관련한 공무원 1만2000명을 충원하겠다고 했다. 또 보육 교사, 노인 돌봄, 치매 관리, 아동 안전 지킴이 등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2만4000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발맞춰 당정청은 이날 추경 문제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방위 설득 작업에 나섰다. 청와대는 전병헌 정무수석을 비롯해 정무라인이 국회로 미리 출동해 야당 설득에 나섰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의미를 적극적으로 부각하면서 추경 문제에 대한 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정부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를 찾아 여야 대표를 각각 예방하며 추경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최근 여론은 문 대통령에게 유리한 분위기다. 국민 10명 7명이 일자리 추경에 대해 찬성 의사를 나타내는 등 추경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6월 정기조사 결과, 일자리 추경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68.8%가 “국회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므로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의견은 27.0%에 불과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에도 “추경에 합의해줄 수 없다”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전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 불참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안 심사를 거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심사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국회 방문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두 당은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