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KT가 오는 8월부터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한다. KT를 마지막으로 국내 이동통신 3사 모두 와이파이를 공공에 개방하게 됐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손실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기본료 폐지를 막으면서 가계 통신비 부담은 낮추는 현실적 대안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KT는 11일 전국에 설치된 18만9700여개의 와이파이 접속장치(AP) 가운데 약 10만개를 8월 중으로 공공 와이파이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은 전국 13만8000여개 AP 중 약 8만1000개를 개방했으며, LG유플러스는 2012년부터 7만9000여개 AP 모두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가 보유한 41만개가량의 와이파이 AP 중 60% 이상이 공공 와이파이로 바뀌게 된다. 모든 와이파이 AP가 개방되지 못하는 것은 기술적 이유 때문이다. 구형 와이파이 기기는 무료 서비스를 위한 '무선네트워크식별명칭'(SSID) 생성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료로 전환되는 이통사의 와이파이 AP는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대형마트나 지하철역 등에 설치돼 있어 소비자들의 가계 통신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치솟는 데이터 사용량은 요금 부담으로 이어졌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내 와이파이 데이터 전송량은 2014년 4월 7309테라바이트(TB)에서 올해 4월 1만4108TB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LTE 가입자의 1인당 월간 데이터 사용량도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6GB를 넘어섰다.
KT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이 서울 광화문의 한 기가 와이파이 구축 지역에서 통신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KT
와이파이 무료 제공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SK텔레콤과 KT가 최근 입장을 180도 바꾸면서 새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통신기본료 폐지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이통사들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통신 공약 가운데 하나는 공공 와이파이 확대다. 전국의 도서관, 터미널, 복지시설 등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 데이터 평등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필요한 핵심 장비와 네트워크를 이통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KT가 추진 중인 한·중·일 무료 와이파이 로밍 서비스도 문 대통령이 공약한 한·중·일 로밍 무료 정책을 뒷받침한다.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공공 와이파이 2.0 사업 추진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1만1000원의 통신기본료 일괄 폐지는 이통 3사가 모두 적자로 돌아설 정도로 타격이 크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사활을 걸고 대응하고 있다"며 "무료 와이파이 확대, 요금제 개편으로 인한 통신요금 인하 등 이통사들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