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일자리 한파 왜 안풀리나

富의 확산효과 미흡
대기업 일자리 전체 10% 불과
"취업자 증가 기대난"

입력 : 2010-01-28 오후 2:01:30
[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다 한 전자업체 A/S 기사로 재취업한 최 모씨는 "집집마다 다니다 보면 열 집 중 세 집은 가장이 집에 있다"며 "40, 50대 중 집에 계신 분들이 정말 많다"고 말한다.
 
고용문제가 심각하다.
 
경기가 회복되면 고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 들어맞지 않고 있다.
 
◇ 부(富)가 서민으로 안 퍼진다
 
전문가들은 고용회복이 더딘 이유에 대해 기업수익의 대부분을 벌어들이는 수출대기업의 부(富)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지 않는다는 점을 꼽고 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수출로 돈을 벌어들여 온돌방을 만들지만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 대기업 등 부자들의 부가 늘어나면 그 효과가 저소득층에도 미친다는 이론)가 없어 대부분 냉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 정보기술(IT) 부문 등 잘되는 곳은 성과가 좋았지만 대부분 중산층에게는 효과가 돌아오지 않았다"며 "경기가 회복되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 되겠지만 (냉골은) 상당부문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동 새사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센터장은 "작년 상반기 상장사 수익의 80%를 흔히 대기업이라 일컫는 30대 그룹이 벌어들였다"며 "그러나 고용의 90%는 중소기업이 커버했고 대기업은 10%에 불과했다. '과소고용'을 하고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은 "민간이 (고용의) '키(열쇠)'인데, 우리나라 대기업 성장전략은 고용을 줄이는 형태의 투자전략으로 굳어졌다"며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이러한 투자패턴이 시작돼 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 "대기업이 고용 늘려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지난해 5만9286명을 뽑겠다고 발표했지만('2009년 7월 2일 ‘30대 그룹 투자·채용계획') 지난해 상장사 채용은 6.3% 감소했고 10대 그룹 상장사 고용은 불과 24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30대 그룹 전체를 살펴보면 7만2863이 신규채용됐으나 5만9194명은 퇴사해 늘어난 수는 1만3669명에 불과했다.
 
반면 '불안정한 일자리'에 해당하는 인턴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2007년 5381명에서 2008년 7020명(전년비 30.5%증가), 지난해에는 1만3023명(85.5%증가)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상동 센터장은 "전경련이나 대기업들이 매년 얼마만큼의 고용창출을 하고 있다고 대대적인 발표를 하고 있지만 실상 고용증가폭은 미미하다"며 "국내 고용부담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최소화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의 직접 고용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고용비율은 너무 낮은 편"며 "하청업체의 단가를 비현실적으로 낮추는 등 불공정거래관행을 없애고 사내하청의 경우 직접고용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용유인책, 왜 중소기업만
 
정부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상시화하는 등 올해 경제정책 핵심을 '일자리'에 두겠다고 공언했지만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위원장은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중소기업 세감면 형태의 일자리 창출방안을 제시했지만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구직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충분치 않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반면 대기업에 대한 제도적 압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대기업에 대해서는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호소만 할 뿐 적극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벨기에의 경우 지난 2000년 기업에 청년층 의무고용 의무를 부여, 50인이상 기업에게 매년 3%이상의 일자리를 늘리는 '로제타 플랜'을 시행했다"며 "이와 같은 강도높은 고용대책이 시행되야 가시적 고용증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기 회복이 계속되더라도 고용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책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고용회복이 더딘 이유'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증가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번 위기 이후에도 생산성이 늘어날 때까지는 취업자수 회복이 완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금번 외환위기로 인한 고용회복 패턴은 외환위기보다 오히려 2차 오일쇼크(1980년)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2차 오일쇼크 때는 11분기가 지나서야 취업자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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