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첫 번째 칼을 빼든 가운데 최근 호식이두마리치킨 성추행 사건과 가격인상 등으로 주목받는 치킨업계가 사정권에 들어왔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 위원장이지만 취임 초반엔 서민 물가와 밀접한 외식업계부터 정조준하고 나섰다.
새 수장을 맞은 공정위가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BBQ에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과 관련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이에 놀란 치킨업체들은 가격인상 철회를 잇따라 발표하며 몸을 잔뜩 낮추고 있다.
18일 관계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가맹거래과는 최근 부산과 대전의 BBQ 지역 사무소와 서울 송파구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가맹점 1450여 개를 보유한 BBQ는 지난달 1일과 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000원까지 올린 바 있어 공정위의 조사 배경에 귀추가 모아졌다.
이번 현장조사는 BBQ가 전국 가맹점에 공문을 보내 광고비 분담용으로 한 마리당 500원씩을 1년간이나 더 받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조치였다. 표면적으론 BBQ의 가격인상과 별개의 사안으로 진행된 조사로 비춰질 수 있었다.
그러나 BBQ 본사가 치킨값을 일제히 올리게 된 요인으로 가맹점주의 수익 악화를 줄곧 내세웠다는 점에서 부당한 광고비 각출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BBQ가 내세운 인상 명분은 물론 가맹정책의 신뢰도 잃게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실제 한 가맹점주는 "가뜩이나 불황이 계속돼 매출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분담금은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업체간 경쟁 격화로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섭외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게 되고, 이로 인한 부담을 가맹점주들까지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광고비의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BBQ의 경우 이를 부당하게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긴 것이 아닌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BBQ 측은 "가맹거래법상 범위 내에서 분담시킨 것이고, 분담 기간도 향후 1년 정도 한시적"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공정위의 이같은 압박은 '치킨값 인상 철회'로 이어졌다.
실제 공정위 현장 조사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이례적으로 가격 인상안을 앞다퉈 철회하고, 가격 인하안까지 내놓고 있다. 현장조사 대상이 된 BBQ는 지난 16일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올린 30여 개 제품 가격을 모두 원래 가격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교촌치킨 역시 이달 말부터 가격을 평균 6~7% 올리기로 한 계획을 전격 철회하고 가맹점과의 상생 정책을 발표했다. bhc치킨은 16일부터 한 달간 대표 제품 3가지 가격을 1000~1500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중견 프랜차이즈인 또봉이통닭이 가격을 최대 10% 내렸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취임 후 첫 타깃이 다름 아닌 치킨업계가 된 배경은 본사 '갑질'의 대표업종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국내 치킨집은 5만7000여 곳으로 여전히 은퇴 후 창업 1순위로 꼽히는 업종이다.
일각에선 이번 조사가 치킨업계로 그치지 않고, 향후 커피·피자·외식 등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갑질 근절'과 골목 상권 보호를 기치로 내건 김상조호의 향후 행보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공정위의 역할이 강화돼 프랜차이즈 본사의 고질적 관행으로 꼽히는 인테리어, 집기 등 추가 비용 강제 부담, 먹튀 본사 등 사례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도 최근 취임식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가맹점주 등 '을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것"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후보자 시절에도 "공정위가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 가맹점 등 자영업자 삶에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라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공정위의 타깃이 된 BBQ매장(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사진/BBQ·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