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의중기자] 비과세·감면 혜택에 대한 구조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조세특례 규모가 여전히 큰데다 불요불급한 부문이 많아 조정 여력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18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과세·감면 등 조세특례 항목 수는 조세특례제한법에 190개, 개별세법에 39개, 경과규정에 45개가 있다. 금액으로는 3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일몰제한이 없는 항목은 79개로 전체의 32.5%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는 19조원에 달한다. 전체 비과세·감면 규모의 절반 이상이 평생 혜택으로, 항목 당 평균 23년 동안 절세를 누리고 있다. 일몰이 있는 항목도 계속해서 일몰을 연장함으로써 평균 12년의 수혜를 봤다.
비과세·감면 제도의 애초 취지는 사회·경제적 상황을 감안, 일정기간을 정해 세금을 줄여 개인과 기업의 세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일몰 기한이 없거나 사실상 상시 감면 규정들은 과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정처 관계자는 “조세특례는 적재적소에 활용해 정부 예산에 차질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몰이 있는 항목도 무조건 기한을 연장하기 전에 보다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세특례 수혜계층별 현황을 보면 대기업과 고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의 경우 2013년 3조6266억원, 2014년 2조7318억원, 2015년 2조8356억원, 2016년 3조13억원(잠정)으로, 꾸준하게 매년 3조원 정도의 비과세·감면을 받았다. 지난해 중견기업이 5483억원,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이 6조7197억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고소득자(작년 기준 연소득 6100만원 초과)는 2013년 8조5965억원, 2014년 8조2214억원 2015년 8조6212억원 2016년 7조9623억원(잠정)의 세금을 비과세 또는 감면받았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수혜를 합치면 지난해에만 11조원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만 전체의 3분의 1 가까이 된다.
정부가 비과세·감면 축소 때 1순위로 이들을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각 부처에 내린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추가 지침에서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몰이 도래하는 항목만 갖고 조정을 하기엔 여력이 크지 않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항목은 52개로 5조8719억원(예상치), 내년에 일몰이 도래하는 항목은 94개, 10조7511억원에 그친다. 그나마도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중에는 서민·농어민·지방·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항목이 많다.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 감면(1조9190억원)과 농·축산·임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1조6273억원)이 전체의 60.4%를 차지하고 있어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일몰이 없거나 불필요한 항목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지 않는 한 비과세·감면 조정을 통한 세입 확보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과세·감면의 과감한 축소를 주장했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취임 초인 2013년 33조8000억원이었던 비과세·감면 규모는 2016년 36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조세특례 평가제도에 대한 실효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2015년 도입된 이 제도는 매해 외부 전문연구기관을 통해 특례 항목별로 평가,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을 넘는 신규 도입안은 사전평가를 실시하고, 당해연도에 일몰이 도래한 항목은 사후평가를 한다.
하지만 국회가 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일몰 연장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 또한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국회는 지난해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1조8163억원) 항목과 관련, ‘과표 양성화 추가효과가 미미하고 고소득자에 혜택 집중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일몰을 연장했다.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공제’(684억원)도 ‘환경규제와 중복되고 유인효과가 미미하며, 대기업에 편중된다’는 평가에도 일몰을 연장한 바 있다.
국회가 2014년 4월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을 통과시키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