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정부조직법·인사청문회…민주당 '정치력 시험대'

4당 체제로 정치적 '빅딜' 어려워…야당 지도부 교체기인 것도 악재

입력 : 2017-06-06 오후 3:51:1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6월 임시국회가 본격 가동되면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정치력도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은 물론 정부조직 개편안, 인사청문회 등 다양한 현안들이 국회로 넘어왔지만,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한 야당의 반대 기류는 심상치 않다.
 
정부는 7일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추경안은 ▲일자리 창출(4조2000억원) ▲일자리 여건 개선(1조2000억원) ▲일자리 기반 서민생활 안정(2조3000억원)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방재정 보강(3조5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나가 추경안 시정연설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만큼 정부가 이번 추경안에 거는 기대는 크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5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은 일자리만 있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선심성 지역예산, 적자 국채발행이 없는 1유3무 추경”이라며 야당의 대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야3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국가재정의 원칙을 허물고 미래 세대에 대한 천문학적인 부담을 검증조차 하지 않은 급조된 추경”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당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판적이다.
 
민주당이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은 일자리 추경에 비해 수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개편 필요성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내년 지방선거 개헌을 앞두고 개편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내용과 별도로 야당은 정부여당이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발표한 '형식'에 대해 ‘야당무시’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는다. 각론에서도 한국수자원공사 감독 업무를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에서는 4대강 사업 재조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의심해 조율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6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대책회의를 갖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제1야당으로서 협치는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당은 이미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인준 처리에 대한 반발로 여야정 협의체 거부 등의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의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김 후보자 인준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정부여당이 인사청문절차를 강행한다면 정국은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와 추경안 처리를 연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원리원칙을 가지고 꾸준한 접촉으로 야당을 설득하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양당체제 시절에는 여야가 일종의 ‘정치적 딜’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교섭단체 4당 체제가 되면서 그것도 어려워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각 당의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달라 사안마다 별도로 협상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민주당을 제외하고 각 당이 대선 패배 후유증을 아직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야당 지도부들이 교체기에 있는 것도 여야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즉 야당이 일종의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져들면서 정국을 풀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해석이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야당 의원들을 열심히 만나 설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낮은 자세로 꾸준히 설득하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야당도 합의해줄 수 있는 사안은 통 크게 합의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국민들은 바로 그런 모습을 우리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회동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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