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다.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비공개 독대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지만, 이 부회장이 증언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돼 검찰의 혐의 입증이 힘들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는 다음 달 3일 오후에 열리는 공판에 이 부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한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공판에는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삼성 고위 임원들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뤄진다.
검찰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전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과 고위 임원 모두가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을 한 번에 소환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를 묻자고 건의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 황 전 전무를 하루에 신문한다는 검찰의 의견을 믿고 저희 변호인단은 반대신문을 준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씨 측 변호인은 30분 정도 신문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진행된 공판에는 박영춘 SK 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부사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K스포츠재단의 89억원 규모의 지원 요구를 검토한 뒤, 김영태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에게 ‘(K재단의) 준비 자료가 부족해 문제 소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는 보고를 했다"고 증언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SK 임원에게 “박영춘 전무가 너무 빡빡하게 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노년 남성이 소란을 일으켜 퇴정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대통령님께 경례”라고 외쳤다. 재판부는 곧바로 “심리를 방해하고 질서 유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돼 방청을 허락할 수 없다”며 퇴정과 추후 방청 금지를 명령했다. 그는 법정을 나가면서도 “대한민국 만세다. 애국 국민 만세다”라고 소리쳤다.
뇌물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6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