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 서울 북촌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5년 이상 운영하던 가게를 문닫게 됐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하는 계약갱신요구기간 5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장사하는 상인들은 모두 5년짜리 비정규직"이라며 "아무 이유도 없이 계약갱신요구기간인 5년이 지나면 쫓겨날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고 한탄했다.
#. 강남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턱없이 높은 임대료에 가게를 옮겼다. 3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고 있던 중 건물주가 1000만원으로 월세를 올린 것이다. 상가법을 알아봤지만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의 경우에는 월세 인상 상한의 제한이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상가임대차법)을 통해 보호하고 있지만 현행법의 적용범위와 상한한도 등 임차인을 보호하는 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4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홍익표 의원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소위 뜨는 상권에서 임대료가 치솟아 그 동네를 일군 임차인들이 영업적 가치를 회수하지 못한 채 밀려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서울지역에는 연남동, 망리단길, 홍대, 서촌, 북촌, 대학로, 성수동, 경리단길 등이, 지방에는 감천문화마을, 부산 광복로 김광석거리, 대구 수성못, 광주 카페거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상공인이 전체 사업체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86.4%에 달한다. 종사자 수도 600만명으로, 인구 1000명당 소상공인 수로 봤을때 미국의 6배, 일본의 2배 수준에 해당한다.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이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임대료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58.7%가 새정부에서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항으로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꼽았다.
현행법에도 임대료 상승 상한, 갱신기간 등을 제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에서는 임대료 상승 상한을 연 9%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는 환산보증금 이하일 경우에만 해당된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액수다. 이 금액이 서울의 경우 4억원, 지방은 1억8000만원 이하에 한해서만 연 9%로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상한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김영두 충남대학교 교수는 "임차인의 보호제도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아니며 점포임차인의 영업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환산보증금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일본, 독일 등은 별도로 기간을 보장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장기적 임대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는 임대차계약이 1~2년 단기로 체결되고 있어 기간보장이 필요하며, 그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호주(5년 이상), 미국(통상 5~10년), 프랑스(9년)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단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상가임대차 존속기간은 골목상권 구성원인 소상공인 영업활동의 안정적 보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연장돼야 한다"고 제기했다.
소위 뜨는 상권에서 임대료가 치솟아 지역 밖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