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국내 제조업 체감경기 전망이 9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ICT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모처럼만의 훈풍에 하반기 채용도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3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2분기보다 5포인트 상승한 9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2분기(97) 이후 9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올 1분기(68) 최저점을 찍은 뒤 2분기 연속 상승세다. 다만, 여전히 기준점을 하회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예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추경 편성 등으로 내수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증가세 역시 기업체감경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출 증가세에 비해 견고하지 못한 내수 회복세와 가계부채 문제 등은 불안 요인"이라며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를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출과 내수기업 간 체감경기는 온도차가 컸다. 3분기 수출기업의 BSI는 104를 기록한 반면 내수기업은 92로 기준치에 못 미쳤다. 지역별로는 산업단지(광주·여수) 신규 조성과 지역 맞춤형일자리 정책에 기대감이 큰 광주(115)와 전남(115)이 가장 높았으며, 서울(111), 경기(107), 제주(107), 인천(105) 등도 기준치를 상회했다. 반면 전북(88), 경북(85), 부산(84), 울산(84), 대구(78), 충남(77), 경남(75)은 90 이하로, 특히 조선 등 중공업지역이 크게 침체됐다.
경기 개선 기대감에 올 하반기 취업문은 지난해에 비해 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상의가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제조업체를 추려 신규채용 BSI를 집계한 결과, 103을 기록해 기준치를 넘어섰다. 신규채용 분야는 '생산기술직'이 60.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무직'(15.8%), '연구개발직'(11.4%), '영업직'(9.2%)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정유·석유화학'(142), '식음료'(115), 'IT·가전'(101) 등이 기준치를 웃돌았다. '자동차'(96), '철강'(87), '섬유·의류'(79) 등은 기준치 아래였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세계경제의 업턴(upturn) 훈풍이 불고 있는 만큼 모처럼 맞이하는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잘 살려 나가야 한다"며 "경기를 본격 회복궤도에 올려놓는 일과 중장기적 현안들을 해결하는 일을 병행추진할 때"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