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오른쪽 둘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4월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 박용만(왼쪽 둘째)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문재인정부의 첫 경제사절단은 ‘포장’보다 ‘실무’에 방점이 찍혔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여파와 경제민주화 재시동 등으로 재벌 줄서기 등 사절단 구성에도 잡음이 많았다. 새 정부는 이를 참작, 민간 주도로 사절단을 구성했으며 그 결과 현안을 챙길 수 있는 적임자들이 주로 명단에 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경제사절단 참가자들을 선정하는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위원들이 평가한 점수를 계산해 이번주 안에 최종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제사절단이 미국 경제계와 만나는 첫 일정은 오는 28일(현지시간)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9일보다 하루 먼저다.
사절단 맏형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맡는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아차 멕시코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현지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참여해 이노베이션, 하이닉스, E&S 등 계열사들의 현지 반도체, 에너지 사업을 둘러볼 예정이다. 그밖에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 등 전문경영인도 다수 포함된다. 이들은 각각 현지 가스화학 사업과 제너럴일렉트릭(GE)과의 파트너 사업 등을 챙긴다. 삼성도 실무진을 보낸다. 현지 가전공장 설립 추진과 관련해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의 참석이 유력하다.
이번 사절단 선정은 역대 정부와 달리 민간이 주도했다. 그간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청을 받아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참가자들을 선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관련 실무를 상의가 전담했다. 위원회도 업종별 대표와 전문가, 학계 등으로만 구성됐다. 기업 현안을 잘 아는 민간이 직접 참가자들을 선정, 경제사절단 본연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다만, 대통령과 동행하는 행사인 만큼 신원조회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거친다. 상의가 확정한 명단은 산업부와 청와대 정책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 다음 의전팀에 전달될 예정이다.
실용 위주로 사절단이 구성되면서 신청 기업인만 100명에 육박한다. 최종 규모는 50~60명 정도가 될 전망이다. 경제사절단은 이름에서도 권위를 빼기로 했다. 사절단이라는 용어가 관료적이라는 부정적 인식에 따라 상의가 명칭 변경을 진행 중이다. 상의 관계자는 “사람보다 기업을 판단해 선정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현지사업 관련성 등을 고려해 적합한 기업을 심의위원회가 선정하면 대표자는 기업 측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참가 신청기업 관계자는 “미국에서 만날 바이어와의 일정 등을 고려해 현지 방문이 도움이 될 만한 최고의 적임자를 대표자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정부가 대통령의 순방 성과에 집착하면서 재벌총수 위주로 명단이 꾸려지고 MOU(양해각서) 체결 숫자만 늘리는 등 실속이 없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친분이 있는 기업인이 동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절단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 등 통상 현안이 많아서 양국 교역의 막힘을 풀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며 “관련 실무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전문가 위주로 사절단이 구성돼 협상 테이블의 예측성을 높임으로써 방미 성과를 배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