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하도급법 상습 법 위반 사업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검찰 고발 등에 앞서 ‘경고 메시지’를 통해 기업 스스로 ‘자정’하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감 몰아주기, 담합 등 불공정 하도급의 ‘끝판왕’ 격인 건설업계가 바짝 엎드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달 18일 공정위가 부영의 이중근 회장을 이례적으로 검찰 고발한 바 있다.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강력한 제재를 총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건설사들 역시 불똥이 튀지 않을지 전전긍긍 내부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화건설은 지난 5일 2017년 우수협력사 간담회를 개최하고, 22개의 우수협력사에 상패를 지급했다. 그러면서 운영자금 대여와 입찰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자진 자정 활동을 벌였다.
지난달 30일 공정위가 ‘2017년 상습법위반사업자’를 발표하면서 대기업 중 유일하게 ‘한화S&C’를 지목한 것과 연관성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칫 공정위의 칼날이 한화건설 등 한화그룹으로 옮겨올 가능성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스처라고 볼 수 있다.
현대BS&C가 2년 연속 공정위의 하도급 상습위반 사업장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앉았다. 사진/뉴시스
눈에 띄는 건 공정위 하도급 위반 블랙리스트에 ‘현대BS&C’가 2년 연속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공정위의 다음 포커스가 범현대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BS&C는 시스템통합(SI) 업체로 건설업도 함께 영위하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3남인 정대선 사장이 최대주주다. 그간 현대BS&C는 범현대가의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었다.
현대BS&C는
현대중공업(009540)의 인적자원관리시스템과 저압전동기 통합정보시스템 등의 교체·운영을 도맡았다. 이와 함께
현대산업(012630)개발과
KCC(002380),
만도(204320) 등 범현대가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외형을 급속도로 키워왔다. 현대BS&C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은 사업을 시작한 이듬해인 2009년 282억원에서 2016년 1747억원으로 무려 519.50%가 급증했다.
이외에도 현대BS&C는 지난 2014년 1월 하청업체에 어음할인료를 주지 않는 등 5개 법 위반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2015년에도 하도급대금 지연이자 미지급 등의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두 차례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11개 하청업체에 지연이자와 어음할인료를 주지 않아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미 현대BS&C의 경우 상습적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해 공정위로부터 낙인이 찍혔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대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벌의지를 밝힌 만큼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