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090430) 회장이 무인 매장을 안착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점원 없이 자판기를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 것이다.
11일 아모레퍼시픽 등에 따르면 이 회사의 브랜드숍인 이니스프리에서 화장품 자판기 '미니숍(mini shop)'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첫선을 보인 미니숍은 이니스프리의 체험형 공간인 '그린라운지' 여의도점에서 1대가 운영되고 있다.
'그린라운지'는 꼭 화장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화장과 머리, 옷매무새 등을 고칠 수 있도록 이니스프리가 고객 서비스 개념에서 선보인 파우더룸이다. 작년 7월 여의도에 첫 매장을 연 이후 올해 4월 왕십리에 2호점을 오픈했다.
방문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그린라운지에는 최소한의 상주직원만 있다. 여의도점에서도 매장 관리를 위한 1명의 직원만 일을 하고 있다. 직원이 없는 대신 소비자들은 자판기를 통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자판기 전면은 70인치 투명디스플레이로 만들어졌다. 평소에는 이니스프리 광고가 재생되다 소비자가 앞에 서면 이를 인식해 자판기 화면으로 변한다. 상품을 선택할 때는 디스플레이 뒤로 진열된 제품도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판기를 통한 구체적인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사업성 검토 등을 거쳐 자판기를 추가 운영할 계획"이라며 "고객 접점을 최대화하기 위해 매장이 들어가기 어려운 공백 상권 등에도 추가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왕십리 그린라운지에 자판기가 추가 설치될 전망이다.
여의도역 내 '이니스프리 그린라운지'에 있는 화장품 자판기 '미니숍'. 사진/원수경 기자
화장품 자판기는 "다양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구매 환경과 독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서 회장의 주문을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미국 아마존이 무인매장인 '아마존 고'를 시범운영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유통환경의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내부에서도 새로운 유통환경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의 영향으로 기존 주요 유통채널들이 예전보다 못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유통혁신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다. 증권가에서는 백화점(-9%), 아리따움(-26%), 할인점(-10%), 방문판매(-7%) 등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유통채널의 2분기 매출이 역신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자판기 사업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의심의 시선이 많다. 해외에서는 편집숍 '세포라'가 자판기를 운영하는 등 일반화된 사업 모델이지만 화장품 매장 밀집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 적용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2010년 대학 캠퍼스와 지하철역 등에서 자판기를 선보였다가 저조한 실적에 1년여만에 사업을 접은 전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판기를 운영하면 임대료나 인건비 등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로드숍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꼭 자판기로 화장품을 구매해야할 매력을 느끼기 힘들점이 있었는데 화장과 머리를 고칠 수 있다는 점 등이 얼마나 어필 할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