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면세점 특허 점수 조작'으로 롯데 두 차례 부당탈락

박근혜 전 대통령 면세점 확대 지시에 기초자료 왜곡도…한화·두산은 반사이익

입력 : 2017-07-11 오후 4:53:44
[뉴스토마토 이성휘·원수경 기자] 관세청이 2015년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호텔롯데에 불리하게 점수를 산정해 두 차례 부당 탈락시킨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내면세점 확대 지시’에 기초자료를 왜곡해 면세점 수를 늘린 사실도 확인됐다.
 
한 때 '황금알 낳는 거위'로 취급받았던 면세점 특허 사업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업계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른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 총 13건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5년 7월 서울 시내 3개 신규 면세점 선정심사를 하면서 3개 계량항목의 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호텔롯데의 총점을 정당한 점수보다 190점 적게,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40점 많게 계산해 한화를 신규 면세점으로 선정했다.
 
같은 해 11월 롯데월드타워점 특허심사에서 2개 계량항목의 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호텔롯데가 191점을 적게 받는 방식으로 두산면세점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여기에 관세청은 지난해 4월 서울 시내면세점 4개를 추가 설치하면서 매장당 적정 외국인 구매 고객 수 등의 기초자료를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기획재정부가 나서면서 실제 필요한 면세점보다 많은 신규면세점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다만 감사원은 “미르·K스포츠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이 출연의 대가로 시내면세점 특허를 발급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 및 관련자 진술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특혜의혹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대신 해당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들의 징계와 검찰수사 등을 의뢰했고, 수사결과 선정된 업체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 관세청장이 관세법에 따라 특허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관세청 측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면세점 업계는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불똥이 어디까지 튈 지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가 있으면 해결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혀온 만큼 면세점 특허권이 무더기로 취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 2차 사업자 선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된 한화갤러리아면세점과 두산면세점은 특허 반납 위기에 처했다. 감사원은 향후 수사결과 업체와의 공모 등 부정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세법'에 따라 조치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로비가 있었던 점이 확인되면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 특허가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당시 사업자 선정 공고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며 면세점 선정과정이나 세부항목 평가 점수도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이번 감사원 결과에 특별히 말할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두산면세점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결과가 없이도 특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세청 자체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면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의지와 국회의 움직임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이번주 안에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4장의 특허권을 신규 발급한 3차 사업자 선정은 원천무효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신규 특허를 무리하게 확대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탑시티면세점 등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중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아직 면세점을 오픈하지도 않은 상태로 특허권이 취소되도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영업을 재개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곧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코엑스점의 특허를 월드타워점 입지로 재획득하면 무리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번 발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시점보다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발급 결정 시점이 앞서면서 신 회장의 뇌물 및 청탁 혐의가 성립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찬석 재정·경제 감사국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브리핑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원수경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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